첫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집안의 모든 건 장남의 것이었다.
새집을 살 때도, 땅을 살 때도, 사업 자금이 필요할 때도, 부모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장남이잖아.”
이 다섯 글자면 충분했다. 딸들이 서러워하면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나중에 동생들까지 책임지면 되는 거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유산 수억원은 모두 장남에게 돌아갔다.
오빠가 잘해야 했는데 정반대였다. 물려받은 재산을 손에 쥔 큰아들은 도박판을 전전했다. 어머니를 모시기는커녕, 집에 찾아와 손찌검하며 “돈 내놔” 협박을 일삼았다.
어머니는 다짐했다. 평생 뒷전이었던 딸들에게 남은 재산 전부를 주겠노라고.
그리고 유서에 평생의 후회를 꾹꾹 눌러 담아 이를 남겼다.
그런데 어머니의 장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가족들 앞으로 서류 한 장이 날아왔다. 장남이 보낸 소장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재산까지 자기 몫을 내놓으라며 유류분 청구 소송을 건 것이다. 가족들은 말을 잃었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받아놓고도, 아직도 부족해?”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당시 현행법은 이 양심 없는 패륜아의 편을 들었다. 장남의 유류분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과거 장남 중심 문화에선 유산을 장남에게 전부 주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수십억원 재산가였던 한 중소기업 대표가 있었다. 전처는 먼저 떠나보냈고 자녀는 없었다. 대신 혼인신고 없이 오랜 세월을 함께한 사실혼 배우자가 곁을 지켰다. 눈을 감기 전 그는 유언장에 유산을 전부 사실혼 배우자에게 남기겠다고 적었다.
그런데 유언장이 공개된 뒤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등장했다. 남성의 아버지가 오래전 재혼해 낳은 이복형제들이었다. 살면서 단 한 번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유언장의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며 “아버지 피가 섞인 형제이기에 우리 몫도 줘야 한다”고 소송을 걸었다.
낯도 참 두껍지 싶지만 알고 보니 그들에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상속법의 ‘형제자매의 유류분권.’ 유언이 아무리 적법해도 형제자매가 ‘유산 중 내 몫을 내놔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였다. 아버지가 같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앞서 소개한 일들은 상속법 전문 이우리 변호사가 실제 상담한 사례들이다. 올해 3월 상속법이 개정되면서 적어도 이런 일은 막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속을 둘러싼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기만 바뀔 뿐이다. 이제 상속을 둘러싼 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