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윔블던 준결승전. ‘살아있는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37·세계 8위·세르비아),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5·이탈리아),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알렉산더 츠베레프(29·3위·독일) 등 수퍼스타들이 여럿 이름을 올린 가운데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세계 114위의 무명 선수 아서 페리(24·영국)다.
페리는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0위 플라비오 코볼리(24·이탈리아)를 2시간 14분 만에 3-0(6-4 7-6〈7-4〉 6-0)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페리는 TV 중계에서 보며 동경하던 츠베레프와 결승 진출을 놓고 꿈 같은 경기를 하게 됐다.
랭킹이 낮아 윔블던 본선에 초청 받지 못한 페리는 예선(3연승)을 거쳐 와일드카드로 참가권을 따냈다. 본선 1회전(128강)부터 세계 20위 알렉세이 포피린을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는 등 강호를 잇따라 연파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이날 페리가 꺾은 코볼리는 올해 프랑스오픈 준우승자다. 윔블던에서 와일드카드가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건 2001년 세계 125위였던 고란 이바니세비치(세르비아) 이후 25년 만이다. 당시 이바니세비치는 우승했다.
페리는 대회 개최지 윔블던에서 자란 토박이다. 지금도 올일잉글랜드클럽에서 5분 거리에 살고 있다. 덕분에 지인을 비롯한 영국 팬의 일방적 응원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홈 어드벤티지’를 누렸다. 이날도 1세트를 따낸 뒤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2세트를 따내자마자 터진 환호성은 150m 떨어진 1번 코트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커밀라 영국 왕비도 관중석을 찾아 페리를 응원했다.
페리의 키는 1m75㎝로 테니스 선수치곤 작은 편이다. 하지만 빠른 발, 끈질긴 수비 그리고 정신력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가장 큰 강점은 ‘테니스 지능’이다. 테니스를 병행하며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과학기술학)를 졸업할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 상대 플레이를 예측하고 실수를 끌어내는 등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톱랭커를 무너뜨렸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스포츠 관련 DNA도 성장에 한몫했다.
어머니 올리비아 페리는 1991년 프랑스오픈 출전 이력을 가진 테니스 선수 출신, 아버지 로이크 페리는 현 프랑스 프로축구 구단 FC로리앙(1부) 회장이다. 남자 단식 결승이 펼쳐지는 12일은 페리의 생일이다. 그의 별명은 '페리테일(Ferytale)'. 이름 페리(Fery)와 영어로 동화를 뜻하는 '페어리테일(Fairytale)'을 합친 말이다. 그가 이 별명처럼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써낼지 관심이 쏠린다.
피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