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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 피하려다 진짜 거지될판”…롤코 증시에 정신과까지 간다

중앙일보

2026.07.09 01:34 2026.07.09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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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45.12포인트(0.62%) 오른 7291.91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45.12포인트(0.62%) 오른 7291.91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주가가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뒤 하락)’ 우려에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쳐 짧은 반등과 급락이 몇 주 동안 반복되면서다. 지갑 사정으로 여름 휴가를 취소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62% 오른 7291.91에 마감했다. 지수는 장중 한때 7543.86까지 올랐다가 7063.76까지 떨어지는 등 등락 끝에 나흘 만에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22일 9114.55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 등에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1.15% 오른 79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뉴스1

지난달 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뉴스1

과거 주가 급변동은 전쟁이나 전염병,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요인이 배경인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한국 증시는 이런 요인과 큰 관련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의도 직장인 김모(34)씨는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예전부터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엔 시장 변동성이 너무 심해 주식창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얼마 전엔 주식 앱을 아예 삭제했다. 월급날에 다시 설치해서 계획한 만큼만 주식을 사고 또다시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김모(60대) 원장은 “주가 등락이 심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다면서 찾아오는 환자가 늘었다”며 “항불안제 등을 처방해주거나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손실 위험 큰 레버리지 ‘몰빵’ 투자

반도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특정 산업에 소위 ‘몰빵’ 투자한 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학생 윤모(21·여)씨는 “반도체 ETF 등에 총 600만원을 투자해 최대 60%까지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가격이 계속 변동하다 결국 오늘 기준 6% 손실을 기록했다”며 “기업 실적은 고무적이지만, 주가가 계속 내려가 불안한 마음이 크다. 주가가 빨리 오른 만큼 타격도 크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레버리지 투자는 주가가 크게 변동할 때 상대적으로 장기 보유 위험이 더 크다. 하루 최대 손실 폭이 클 뿐만 아니라 손실이 났을 때 거래일마다 수익률이 누적되는 ‘음의 복리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루에 각각 100만원→90만원(10% 하락)→100만원(11.1% 상승)씩 오르내린다면 최종 수익률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의 가치는 각각 100만원→80만원(20% 하락)→97만8000원(22.2% 상승)으로 움직여 손실이 난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김모(25)씨의 주식계좌. 김씨는 최근 20% 넘는 손실을 봤다. 사진 김씨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김모(25)씨의 주식계좌. 김씨는 최근 20% 넘는 손실을 봤다. 사진 김씨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급상승에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단 공포를 느끼고 뒤늦게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도 우려가 크다. 직장인 문모(30·남)씨는 “투자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주식을 400만원어치 샀는데, 지금 100만원이 됐다”며 “벼락거지 피하려다 실제 거지가 되게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월급을 조금씩 모아 꾸준히 소액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 증시가 내려앉으면서 20% 넘는 손실이 났다. 모아둔 돈이 순식간에 사라져 허탈하다”고 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스쿠터 팔고 대중교통”

개인 투자자 중 일부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주식 투자 평가액에서 2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는 공무원 이모(32·여)씨는 “점심때 밥 먹고 커피만 먹어도 매일 2만원씩 쓰게 되는 게 아까워서 냉동 볶음밥 등으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월급 25%씩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는 남모(24·여)씨는 “투자금의 약 10% 정도는 이미 날렸다”며 “휴가비가 부족해서 출퇴근용으로 쓰던 전기 스쿠터 팔고 대중교통을 타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SNS) 게시글 등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SNS 캡처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SNS) 게시글 등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SNS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포착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음식 사진을 올리며 “집에서 밥만 해 먹어도 아끼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난 요리는 잘하는데 주식은 못해서 외식, 배달음식을 끊었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7월 여름휴가도 못 가겠다”며 “전 재산 거의 주식에 넣었는데, 다 고점에 물렸다”고 했다. 자신의 SNS에 “주식 참 어렵다. 호재 일색인데 폭락이라니”라고 적은 이용자도 나타났다.



“변동성 클 땐 신중한 투자”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선 보수적인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증시가 이미 큰 폭으로 올라서 차익 실현만으로도 급격한 하락세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변동성이 커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레버리지 등 고위험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삼권.김창용.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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