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결과 발표 전 한동훈, 안철수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자료 사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한 의원의 ‘당사 소집령’을 두고 맞붙었다.
발단은 지난 8일 안 의원의 법정 증언이었다. 안 의원은 추경호 대구시장(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먼저 당사로 (의원들을) 모이라고 한 건 한 의원”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저서에서 ‘원내대표가 당사로 오라고 해서 본회의장으로 오라는 내 메시지와 충돌했다’고 썼다”는 특검 측 질문에는 “한 의원은 순전히 국회에서만 모이라고 했고, 추 시장이 그걸 무시하고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옥 기자
국민의힘이 당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한 의원은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44분 최고위원회의를 국회로 소집했다. 추 시장은 오후 10시 59분 의원들에게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오후 11시쯤 당사에 도착해 3분 뒤 최고위 장소를 당사로 변경했다. 서범수 당시 사무총장은 1분 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당사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추 시장도 오후 11시 9분 의총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꿨다.
하지만 한 의원은 오후 11시 33분쯤 당사에서 국회로 이동한 뒤 우재준 의원 등을 통해 의원들에게 본회의장 집결을 요청했다. 추 시장 또한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다시 변경했다. 하지만 추 의원은 4일 0시 3분 의총 장소를 다시 당사로 바꿨고, 한 의원은 이후에도 의원들에게 계속 국회로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의원은 0시 6분 국회 진입에 실패한 뒤 당사에 머물렀다.
이런 타임라인에 따라 한 의원은 “허위 주장에 책임을 묻겠다”며 반박에 나섰다. 한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3일 오후) 11시쯤 당사를 임시 집결지로 안내했다”며 “이후 국회 출입이 가능한 상황을 확인하고 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했다”고 했다. 경찰 통제 때문에 의원들을 당사에 잠깐 머무르게 했지만, 이후에는 의원들에게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적극 독려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9일에는 취재진을 만나 ‘안 의원의 착각’을 주장했다. “안 의원은 3일 오후 11시에 있던 일을 4일 0시쯤에 맞춰서 왜곡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당사로 돌아갔던 때(4일 0시)와 한 의원이 당사로 의원들을 안내한 시점(3일 오후 11시)은 다르다는 얘기다. 한 의원은 “오후 11시에 당사에 들렀던 걸로 ‘(의원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표결을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페이스북엔 “거짓 선동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썼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추 시장의 변호인이 지난 4월 재판에서 “한 의원이 최고위 장소를 당사로 바꾼 건 (한 의원의) 책에 안 썼다”는 진술을 거론하며 “사실만을 말했다. 뭐가 선동이냐”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2024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안 의원과 한 의원은 이전에도 계엄 당일 행적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한 의원은 지난해 4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안 의원 같이 정의감과 국가관이 투철한 분이 왜 계엄 해제 의결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안 의원은 “국회로 갔지만 시간을 놓쳤다”고 했다.
당내서는 ‘중도보수층 주도권 싸움’의 연장선이란 평가도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정치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당원게시판 의혹의 결백을 증명하거나 가족의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며 “복당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6∙3 재보궐선거에서도 한 의원과 경쟁한 자당 박민식 후보를 도왔다. 한 재선 의원은 “한 의원과 안 의원 모두 중도보수층에서 경쟁력이 있는 보수 주자”라며 “융화보다는 경쟁관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