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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고점인가, 저가매수 기회인가…글로벌 IB ‘엇갈린 진단’

중앙일보

2026.07.09 02:07 2026.07.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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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미지. [셔터스톡]

반도체 이미지. [셔터스톡]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지났을까, 아니면 일시적인 숨 고르기일까. 8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22일 기록한 최고가 대비 약 14%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고점 대비 20% 이상 밀렸다. 실적 기대에도 주가가 하락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끝났다고 보는 곳은 거의 없다. 핵심 쟁점은 반도체 주가가 미래 성장성을 얼마나 선반영했는지, 앞으로 AI 투자 수혜의 중심이 반도체와 대형 기술기업(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어디로 옮겨갈 것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다.

논쟁을 촉발한 곳은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좁은 상승 추세가 마무리되고 있으며 시장 주도권이 다른 부문으로 확대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 주식의 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AI 인프라 투자의 직접적인 수혜가 반도체 공급망에 집중됐던 국면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향후 AI 투자 증가율이 둔화하면 반도체 기업의 이익 기대치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메타가 잉여 AI 컴퓨팅 자원의 외부 판매를 검토한 점도 변화의 신호로 봤다.

몸값이 비싸진 반도체 공급망 대신 빅테크 자체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8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반도체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AI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미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의 고평가(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부담이 10여 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골드만삭스도 신중론에 가세했다.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골드만삭스 포트폴리오 전략·자산배분 리서치 총괄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AI발 대규모 실적 서프라이즈는 이제 막바지에 가까워졌다”며 “기업들이 이번 실적 시즌에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은 높지만, 시장의 눈높이 자체가 이미 매우 높아 실적만으로 랠리를 다시 촉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근거로는 실적과 주가의 괴리를 제시했다. 실제 메모리 대장주인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해(239%)에 이어 올해(229%)도 급등하며 2년 연속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 그는 “실적 자체보다 기업들의 향후 전망과 경영진의 코멘트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AI 투자비를 언제,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설명이 이번 실적 시즌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JP모건은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미슬라브 마테이카 JP모건 전략가는 7일(현지시간) 고객 보고서에서 기술주 선호 순위를 ‘반도체-하이퍼스케일러-AI 관련 업종’ 순으로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당분간 정점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 있는 공급 확대는 2028년 이전에는 나타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는 지속되는 반면 생산능력 증설은 제한돼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가도 낙관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25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6.27배를 밑돌았다”며 “이번 급락을 통해 시장이 바닥권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과 같은 대형 거시 충격이 동반됐지만 이번에는 당시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이달 말 시작되는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시즌에 쏠린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과 관련 향후 업황 강도를 가늠할 핵심 변수는 이달 말 예정된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와 AI 투자 계획이 될 것”이라며 “AI 투자 확대 의지와 긍정적 코멘트가 확인되면 반도체주와 코스피 외국인 수급도 재차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사흘 간의 하락장 끝에 전장보다 소폭(0.62%) 오른 7291.91로 거래를 마쳤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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