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1년 차 투수 류현진은 올 시즌 전반기를 평균자책점 4위(3.26), 다승 공동 4위(8승)로 마쳤다.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은 1.06으로 전체 2위. 심지어 타자들이 타석에서 체감하는 류현진의 노련미는 숫자 그 이상이다. 메이저리그(MLB)까지 호령했던 백전노장의 현란한 수 싸움과 정교한 제구력에 타자들은 연신 타이밍을 빼앗긴다. 힘만 조금 떨어진, ‘전성기 류현진’을 보는 듯한 투구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사실상 외국인 투수 역할을 해줬다. 나갈 때마다 6회까지 던지면서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냈다”고 박수를 보냈다. 류현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전반기를 돌아보며 “선발 투수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했다.
한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올해 39세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그런데 지난 2년보다 더 기복 없이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 올 시즌 선발 등판한 15경기 중 5이닝을 못 채운 경기가 하나도 없고, 그중 10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스위퍼를 새로 장착하고, 최근까지 또 다른 새 구종을 연마하는 등 ‘더 잘 던지기 위한’ 노력과 진화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특히 효율적인 투구로 체력 소모는 줄이고 투구 이닝을 늘린 게 주효했다. 그는 지난달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6이닝을 2자책점 이하로 막아냈는데, 투구 수가 86구-83구-81구-79구-81구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엔 거의 매 경기 90구 이상 던졌는데, 올해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웬만하면 80구 안팎에서 끊으면서 관리를 잘 해주신다”며 “확실히 (투구 수가 적은 게) 몸 회복이나 다음 등판 준비에 도움이 된다. 후반기에도 등판할 때마다 공 80개로 6이닝을 책임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지난 5월 24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국 투수 최초로 한미 통산 200승(한국 122승, MLB 78승) 고지를 밟았다. 또 한국 투수 최초의 한미 통산 2500탈삼진 기록까지 단 한 개만 남겨뒀다. 이변이 없는 한 후반기 첫 등판에서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제 기록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크게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개인의 승리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까지 ‘다승왕 페이스’로 달리다 최근 3경기 연속 승수 쌓기에 실패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내 승리가 날아가는 건 정말 상관없다. 우리 팀만 이기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이미 많은 걸 이룬 류현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가치는 첫째도, 둘째도 한화의 승리다. 현재 한화는 6위 자리에서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엔 전반기를 1등으로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5강에 들지 못한 채 후반기를 맞이하게 됐다. 류현진은 “야구는 무조건 이겨야 재밌는 경기”라고 단언하면서 “지난달부터 (팀 승률) 5할 언저리를 맴도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했다.
2006년 데뷔하자마자 부동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던 19세 투수.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정상을 찍고 금의환향해 여전히 대전 마운드에 서 있는 그는 2026년에도 변함없는 팀의 기둥이다. 류현진은 후반기 도약을 준비해야 할 팀 후배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한 게임, 한 게임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매 경기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