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경기전을 찾은 중화권 인플루언서들. 13개국에서 온 미식·여행 인플루언서들이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강원·경상·전라권 여행을 떠났다.
“오 마이 갓!”
홍어 한 점을 입에 넣은 싱가포르 인플루언서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눈썹이 움찔움찔했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악명 높은 홍어를 맛봤다.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런데 다른 음식도 먹고 막걸리도 마셨는데, 왜 홍어 냄새는 사라지지 않지?”
인스타그램에 ‘홍어 챌린지’ 후기가 올라가자마자 하트 수백 개가 바로 올라왔다.
인스타그램·도우인(抖音)·샤오홍슈(小红书) 등 SNS를 무대로 활동하는 13개국 미식·여행 인플루언서 33명이 최근 한국에 다녀갔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K-로컬푸드 헌터스 33’을 통해서다. 한식 전도사를 자처한 글로벌 크리에이터의 먹방 여행을 따라가 봤다.
전주서는 한복, 순창선 고추장 체험 지난달 30일 ‘K-로컬푸드 헌터스 33’이 전라·강원·경상권 3개 권역으로 나뉘어 지방을 여행했다. 그중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 인플루언서 10명이 참가한 전라권 미식 여행에 동행했다.
팔로워 300만명을 거느린 중국의 왕홍(网红·인플루언서) 스자는 “평소 ‘진로’ 소주를 즐겨 마시는데, 이번엔 전주 막걸리도 맛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고, 홍콩의 음식 크리에이터 블랜치는 “한국 드라마 속 식사 장면을 관심 있게 봤다. 빨리 한식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라권 여행 이튿날에는 담양을 방문해 명물 떡갈비를 맛보고, 죽녹원 산책에 나섰다.
1박2일 여행치고는 여정이 탄탄했다. 첫날은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막걸리 골목을 돌며 전주 먹거리를 훑었고, 이튿날에는 전북 순창과 광주 담양에서 고추장·떡갈비 등을 맛봤다. 밥과 술부터 전통 장과 떡갈비까지, 호남 밥상의 필승 카드가 차례로 포진했다.
첫 끼는 황포묵·콩나물·밤·은행·표고버섯 등을 놋그릇 위에 색색이 올린 전주비빔밥이었다. 인플루언서답게 다들 숟가락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었다. 누군가는 고명 하나하나를 들춰 봤고, 누군가는 밥 비비는 순간을 클로즈업으로 포착했다. OX가 적힌 팻말을 꺼내 실시간으로 맛 평가를 하는 크리에이터도 있었다. 비빔밥 한 그릇 앞에서 한식 콘텐트 여러 편이 순식간에 완성됐다.
참가자 팔로워 1100만명 광고 효과
4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중국의 여행 인플루언서 예만만의 한복 체험.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한복을 빌려 입고 전주한옥마을을 걸었다. 빨간 저고리를 골라 입은 20대 중국인 왕홍 씨씨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공수(拱手) 자세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한국 사극으로 한복 예절을 익혔는데, 드디어 드라마 속 왕비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홍어 삼합 체험.
저녁은 서신동 막걸리 골목에서 해결했다. 게장·삼계탕·김치찜·대하 등 열댓 가지 안주와 수제 막걸리가 상을 채웠다. 주인공은 단연 홍어였다. 처음엔 다들 뒷걸음질했지만 “한국인도 겁내는 음식”이라는 말에 하나둘 승부욕을 발휘했다.
중국에서 온 음식 크리에이터 마샤오상은 “맛과 냄새가 충격적”이라고 하면서도 “디엔짠(点赞·좋아요)”을 외쳤다. 린위추도 “중국에 없는 희귀한 음식이라 반응이 기대된다”고 거들었다.
강순옥 명인과 함께한 고추장 만들기.
이튿날 순창으로 넘어간 크리에이터들은 강순옥(79) 명인과 함께 고추장을 빚었다. 강순옥 명인은 “요즘은 남미와 유럽에서도 전통 고추장을 배우겠다고 외국인이 몰려온다”고 귀띔했다.
이번 전라권 미식 여행에 참여한 중화권 인플루언서 10명의 팔로워 수는 도합 1100만명에 이른다. 민병선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은 “지역 관광이 살아야 K관광도 산다”며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로컬 관광 창작물이 한국의 새 여행지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