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을 살면서 작년 같은 폭우는 처음 겪었다. 피해가 아직 복구되지 않았는데 다시 비가 내려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1리에서 만난 이유선(70)씨는 비 내리는 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17일 예산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삽교천 제방이 무너졌다. 고덕면 용1리는 논이 모두 물에 잠겼고 건너편 삽교읍 하포1리는 새벽에 마을 전체가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119구조대 고무보트를 타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주민들은 인근 용3리에 최근 준공한 다리가 물길을 막아 마을이 침수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주민 김성진(80)씨는 “이런 다리는 처음 본다. 높이가 낮아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건널 수 없다”며 “100m 거리에 두 개의 다리가 있는데 왜 공사를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다리 건설과 함께 진행한 제방 공사가 부실해 어지간한 물살에도 블록이 모두 떠내려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제방은 흙을 고정해 주는 블록이 절반 정도만 설치됐고 나머지는 흙바닥 그대로였다. 발로 툭 쳐도 흙덩어리가 떨어질 정도였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젖소를 키우는 농가는 불어난 물에 소가 휩쓸리지 않도록 높은 공간을 따로 설치했다. 집이 물에 잠겼던 주민은 바닥에 커다란 돌과 시멘트를 1m 높이로 쌓고 새로 집을 지었다.
고덕면 구만리에서는 중장비로 제방에 쌓을 블록을 옮기는 작업이 비 때문에 중단됐다. 제방 윗부분은 콘크리트를 깔지도 못해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주민들은 “도대체 언제 공사를 마칠지 기약이 없다”며 “그렇게 큰 피해가 났는데도 정부와 충남도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