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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이코노믹스] 화려한 AI 비전보다 설비투자 증가율 등 숫자를 봐야

중앙일보

2026.07.09 08:12 2026.07.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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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퍼사이클과 한국 증시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2026년 상반기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한국 주식시장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MSCI 세계지수는 10.4% 상승했다. 선진국지수는 8.9%, 신흥국지수는 22.6% 올랐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무려 101.1%나 급등했다. 세계 평균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이번 상승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통신망,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특히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한국으로 집중됐다.

버핏지수 역사적 평균 3배 넘고
통화량 속도보다 주가 더 올라

장단기 금리차 등 선행지표 둔화
BIS 등 AI 과잉투자 후유증 우려

한 방향 확신, 투자에서 가장 위험
혁신 믿되 가격 냉정하게 평가를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나 모든 기업의 주가가 함께 오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상승은 특정 업종에 집중된 매우 불균형한 상승이었다. 상반기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전기전자업종은 200.5%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평균 업종 상승률은 18.0%에 불과했다.

코스피 과대평가 영역 진입
주가지수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부의 체력은 생각보다 약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상승률 자체보다 현재 시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먼저 버핏지수를 보자.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 지표는 워런 버핏이 “시장 가치평가를 판단하는 가장 좋은 단일 지표”라고 평가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버핏지수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70.2%였다. 올해 명목 GDP가 약 17.3% 성장한다고 가정해도 6월 버핏지수는 221%로 추정된다. 역사적 평균의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통화량과 비교해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시가총액을 광의통화(수익증권 포함 M2)로 나눈 비율은 2005년 이후 평균이 57.6%였지만 올해 6월에는 146%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중 유동성 증가 속도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훨씬 빨랐음을 의미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코스피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변수는 일평균 수출금액이다. 2000년 1월에서 2026년 6월 데이터로 분석하면 상관계수는 0.9로 매우 높다. 올해 6월 일평균 수출금액을 기준으로 추정한 적정 코스피와 실제 지수를 비교하면 약 55% 정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선행성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결국 어느 한쪽이 조정을 통해 균형을 회복했다.

경기선행지표 둔화 조짐 나타나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어떤 지표를 가장 주목해야 할까. 첫 번째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다. 이 지표는 향후 경기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코스피 역시 장기적으로는 이 지표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2023년 4월에 저점을 기록한 이후 올해 5월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 기간에 코스피도 역사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일부 지표들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장단기금리차다. 10년과 1년 국고채 수익률 차이는 미래 경기의 방향을 예고하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최근 장단기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 이는 성장률 둔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심리도 예전만 못하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실험적 통계인 뉴스심리지수는 최근 매우 중요한 경기선행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뉴스심리지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보다 약 3개월 정도 앞서 움직이며 상관계수도 0.68에 이른다. 그런데 이 지수는 올해 3월부터 이미 하락세로 전환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아직 실물경제는 견조해 보인다. 그러나 선행지표들은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반영한다. 따라서 지금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발표된 좋은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변화의 신호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는 그 변화가 반도체 수출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산업이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에 3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시적 측면에서 반도체는 기업 이익과 주가지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려면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의 방향을 먼저 살펴야 한다.

현재 반도체 수출 금액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추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율은 점차 둔화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전월 대비 증가세도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러한 변화는 AI 투자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반도체 호황은 스마트폰이나 PC 교체 수요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끌어 왔다. GPU와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AI 투자 붐, 지속 가능성 낮아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 속도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AI 투자 붐이 장기적으로 ‘투자 붕괴(Capex Bust)’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BIS는 AI 기술의 미래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신은 산업혁명에 버금갈 정도로 클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기술혁명과 투자 수익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BIS는 AI 자체가 아니라 과잉투자의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금융시장 측면에서 또 다른 경고를 던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최근 급성장한 사모신용펀드는 3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며 AI 인프라 투자에도 중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장기·비유동 대출을 보유하면서도 투자자에게는 분기마다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장 불안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증가하면 펀드는 현금이 부족해지고, 결국 대출채권을 급히 매각하거나 외부 차입을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산 가격은 하락하고 레버리지는 높아진다. 남아 있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수록 먼저 환매하려는 유인이 강해지고, 이는 다시 환매를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NBER는 이러한 구조가 은행의 뱅크런과 매우 유사한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러한 금융 취약성은 AI 산업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기술혁신뿐 아니라 그 혁신을 뒷받침하는 금융 구조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월가는 여전히 AI를 전기 혁명과 인터넷 혁명에 이어 세 번째 생산성 혁명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AI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업무 방식과 소비자의 생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지난 1분기 실적에서 확인되듯 HBM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투자를 쉽게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낙관과 비관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한 방향으로 확신을 갖는 순간이다. 시장은 언제나 기대를 과장하고, 다시 실망도 과장한다. 버블은 탐욕에서 시작되지만, 폭락은 공포가 만든다.

앞으로 투자자는 화려한 AI 비전보다 숫자를 보아야 한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하는가, AI 서비스 매출은 얼마나 늘어나는가, GPU 가동률과 HBM 가격은 유지되는가, 데이터센터 활용률은 높아지고 있는가, 잉여현금흐름은 개선되고 있는가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와 반도체 수출 증가율과 같은 거시지표도 함께 살펴야 한다.

AI 혁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든 혁명은 기대와 현실이 만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살아남는 투자자는 가장 낙관적인 사람도, 가장 비관적인 사람도 아니다. 혁신을 믿되 가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기대를 존중하되 위험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만큼 AI 수익성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기술의 미래를 믿되 시장의 가격을 맹신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투자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일 것이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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