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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저히 믿고 맡길 수 없는 경찰 수사

중앙일보

2026.07.09 08:24 2026.07.0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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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해사건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단순한 부실 차원을 넘어섰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할 수사팀이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케이블타이나 훼손된 리얼돌 같은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현직 경찰인 피의자 아버지에게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수사 책임자인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팀장은 그제(8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하고 “경찰은 범죄를 엄단하는 수사관이 아니라 가해자와 한몸이 돼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한 공범이었다”고 규탄했다.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드러난 정황만 봐도 경찰의 초동 수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투성이다. 경찰은 범행 차량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피의자의 지문을 채취하고도 차량 자체는 압수하지 않았다. 그 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해당 차량을 계속 운행했다. 차 안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 뭉치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다. 뒤늦게 장윤기 부친 집에서 길이 50㎝에 달하는 공업용 케이블타이를 확보한 것은 경찰이 아닌 검찰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무척 커졌다. 그런데 이런 식의 수사가 벌어진다면 국민이 어떻게 경찰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A 경감이 장윤기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증거인멸한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A 경감이 장윤기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타이'를 증거인멸한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국가수사본부는 광주경찰청 지휘 라인을 배제하고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일 이번 사건에 대해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자체 수사만으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증거인멸이 누구의 지시와 묵인으로 이뤄졌는지,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차량과 주거지 압수 누락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고 라인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재 광주지검도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검경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재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강력 사건을 어떻게 배당해 수사할 것인지, 지역에 오래 근무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유착과 부패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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