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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벤츠까지?…‘중국 손 탄 車’ 다 막겠다는 미국

중앙일보

2026.07.09 13:00 2026.07.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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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3'. 폴스타3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미국 내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뉴스1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3'. 폴스타3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미국 내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뉴스1

미·중 갈등이 국내 자동차와 철강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 부산공장은 중국 지리자동차로부터 위탁받아 생산 중인 북미 수출용 ‘폴스타4 쿠페’의 생산을 줄이고 글로벌 수출용 ‘폴스타4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폴스타를 2027년부터 판매 금지하면서 폴스타의 북미 수출기지였던 부산공장의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이 글로벌 생산 기지로 변신하면서 르노코리아의 위탁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커넥티드 차량 규정’에 따라 중국·러시아가 소유·통제하는 자동차의 미국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 볼보 자회사였던 폴스타는 ‘스웨덴 혈통’을 내세우며 미국 현지와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왔지만 중국 지리자동차가 대주주라는 점에 발목을 잡혔다.

최근 들어 규제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미 의회에서 논의중인 ‘자동차 현대화법’은 적대국 정부의 직간접 지분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미국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국 국영기업 BAIC(베이징자동차)가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도 판매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커넥티드 차량 안전법’이라는 또 다른 법이 미 의회 상·하원에서 동시발의됐는데, 이 법에서도 적대국이 1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자동차를 규제하도록 했다. 벤츠는 물론, 볼보나 로터스(영국) 등 중국이 투자한 브랜드도 타깃이 될 수 있다.

기아는 올해 6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기아는 올해 6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국산차가 미국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수 판매가 주춤한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의 공세가 거센 만큼 국내 브랜드에겐 중국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시장인 미국에서의 실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철강·비철금속 업계도 미·중 갈등을 계기로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해 미국 공급망에 들어갔다면, 한국 기업은 현지에 공장을 직접 세우고 ‘한국판 USA 공급망’을 만드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오는 9월 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새 제철소 기공식을 연다. 연산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로,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포스코도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새 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재는 미국 내 현대차그룹 공장에도 납품된다. 미국 내 자동차강판 공급망을 확보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대차그룹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평택항에 쌓여있는 수출용 철강 제품. 뉴스1

평택항에 쌓여있는 수출용 철강 제품. 뉴스1

고려아연도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74억 달러(약 11조원)을 투자해, 65만㎡ 규모의 통합 제련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착공해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이곳에선 미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11종 등 비철금속 13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의 이런 투자 행보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철강·비철금속·핵심광물 등 핵심적인 전략자원을 자국으로 끌어 들이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정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변덕’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의 중국 압박이 국내 기업들에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 제품의 우회수출이나 간접수출까지 제재할 경우엔 중국산 원자재나 중간재를 쓰는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업계의 생산성 확대와 기술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서.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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