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3월 20일 새벽, 뉴욕 퀸즈의 한 주택 침실에서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남자는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고, 머리는 둔기로 맞았다. 목에는 그림 액자에 쓰는 철사가 감겨 있었다. 방 안에는 클로로포름 냄새가 남아 있었고 옆방에서는 그의 아내가 묶인 채 발견된다.
아내 Ruth Snyder는 울먹이며 말했다. 강도가 집에 침입했고, 자신을 묶은 뒤 남편을 죽이고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강도 살인이다. 그러나 경찰은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강도가 들었다는데 문과 창문은 멀쩡했다. 도난당했다던 보석은 집 안에서 나왔다. 아내가 묶여 있었다고 했지만, 그 묶인 모양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 한마디로 강도 사건이라기보다 “강도 사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든 강도 사건”이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은 제일 먼저 누구를 의심할까. 피해자가 결혼한 사람이라면 경찰은 우선 살아남은 배우자를 의심한다. 특히 그 배우자가 외도 중이었거나, 생명보험금을 받게 되어 있거나, 이혼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면 수사의 방향은 거의 자동으로 정해진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는 미움과 돈만 남고,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배우자는 어느새 제거 대상이 되는 것이다.
Ruth Snyder 사건은 미국 범죄사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자 살인사건 중 하나다. Ruth는 애인 Judd Gray와 함께 남편을 살해했다. Ruth는 남편 몰래 생명보험을 들어 놓았다. 남편이 사고나 폭력 사건으로 죽으면 보험금이 더 나오는 특별조항도 붙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녀와 애인은 잠든 남편을 죽인 뒤 강도가 침입한 것처럼 꾸몄다.
경찰이 현장에서 “J.G.”라는 이니셜과 관련된 물건을 보고 Judd Gray를 추궁하자 Ruth는 무너졌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J.G.”라는 이니셜은 사실 남편의 옛 연인 Jessie Guischard와 관련된 것이었다. 남편의 죽은 옛사랑과 아내의 산 애인이 같은 이니셜을 가졌던 것이다. 고마운 우연이었고 죄를 짓고는 못사는 것이다.
Ruth Snyder와 Judd Gray는 모두 사형을 선고받고 1928년 싱싱교도소 전기의자에서 처형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처형 그 자체보다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당시 사형장에는 카메라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사진기자 Tom Howard는 소형 카메라를 발목에 숨기고 들어갔다. 그리고 Ruth가 전기의자에서 처형되는 순간을 몰래 찍었다. 다음 날 New York Daily News 1면에는 그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고, 제목은 단 한 단어였다. “DEAD!” 미국 언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잔인한 1면 기사였다.
미국에서 전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남성이 훨씬 많다. 미국 Bureau of Justice Statistics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살인 피해자의 약 78%가 남성이었다. 남자는 집 밖에서, 거리에서, 다툼과 범죄 속에서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이 죽는다. 하지만 여성 살인 피해자의 약 36%는 현재 또는 과거의 배우자나 연인에게 살해된다. 남성 피해자의 경우 배우자나 전 부인에게 살해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남자는 밖에서 더 많이 죽고, 여자는 가까운 지인 손에 더 많이 죽는다.
사랑이 식었다고 모두 살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 미움과 돈과 질투로 바뀌는 순간, 집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되는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