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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자 공부하는 재미

Los Angeles

2026.07.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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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극작가

장소현 시인·극작가

한자(漢字)는 뜻글자인 데다가 바탕이 상형문자인지라 잘 뜯어가며 공부하면 씹는 맛이 참 좋다. 그래서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한자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거의 다 까먹어버렸다. 깜짝 놀라서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때, 무릎을 칠 만큼 상큼한 글을 만났다. 인생(人生)이란 글자에 대한 풀이다.
 
사람 인(人)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서 있는 형상이고, 삶을 뜻하는 생(生)은 소 우(牛)자와 한 일(一)자가 합쳐진 것으로,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우리네 인생이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위기의 연속”이란 뜻이다. 사람이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니, 인생이란 서로가 기대고 격려하면서 외나무다리를 함께 건너가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다.
 
머릿속으로 깊은 강물 위에 걸쳐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소를 그려보니, 과연 내 인생도 그런 몰골인 것 같다. 두렵고 겁은 잔뜩 나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고, 아슬아슬 위태위태….
 
아, 이렇게 하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재미 붙인 것이 파자(破字) 풀이다. 파자란 글자를 깨뜨린다는 뜻으로, 한자의 구성요소를 쪼개서 의미를 풀이하는 언어유희 또는 언어 학습법이다. 과거에는 파자로 그 글자의 진정한 뜻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가령, 쌀 미(米) 자를 농부가 논에 88번(八十八) 다녀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쌀을 고맙게 여겨야 하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파자를 통해 글자에 담긴 깊은 뜻을 읽으면, 거기에 우주와 삶에 대한 철학과 섭리가 담겨있어서 무척 반갑다.
 
각설하고, 내친김에 파자, 한자 뜻풀이를 몇 가지 더 해보면….
 
생각(思)은 마음(心) 밭(田)이고, 시(詩)는 절(寺)의 말(言)이다. 밭(田)에 물(水)이 차면 논(沓)이 되고, 해(日)와 달(月)이 함께 있으니 밝다(明). 맑은 물(水)은 푸르기(靑) 때문에 맑을 청(淸). 나무(木)가 많으면 숲(林, 森)이 된다. 남자(男)는 밭(田)에서 힘(力) 쓰며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자가 셋(姦)이면 왜 간사하다고 하는 걸까? 시끄럽다고 해야지!
 
법(法)이란 물(水) 흘러가듯(去) 자연스러워야 하고, 덕(德)은 정직한(直) 마음(心)을 가지고 실천(行)하는 것, 의(義)는 나(我)를 선(善)하게 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자(女)가 아들(子)을 안고 있으니 매우 좋다(好)….
 
평화(平和)라는 말을 파자하면 공평하게(平) 음식(禾)이 골고루 입(口)으로 들어가는 모습, 휴식(休息)은 사람(人) 나무(木) 스스로(自) 마음(心)으로, 사람이 나무에 기대서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이와 관련된 한자들 瓜年(과년), 二八靑春(이팔청춘), 桑年(상년), 喜壽(희수), 傘壽(산수), 米壽(미수), 卒壽(졸수), 白壽(백수) 등은 파자를 해보면 뜻이 분명해지는 낱말들이다.
 
‘酉’라는 글자는 알코올이라는 뜻인데, ‘닭 유’라고 읽는다. 술을 마실 때 닭이 물을 먹듯이 조금씩 술을 마시라는 조상님들의 가르침이라고 한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새로운 파자 풀이도 얼마든 가능하다. 가령, 이민(移民)이란 낱말을 벼(禾) 많은(多) 곳으로 옮겨간 백성(民)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영어 만능시대에 한자 이야기를 늘어놓자니 좀 어색하다. 꾸지람이 들려온다. “미국 시민이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무슨 놈의 한자타령이냐!”
 
백번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나는 ‘영포중생’이라서 그게 안 된다. 슬프다. (영포중생이란 영어를 포기한 인간이라는 말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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