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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실체없는 ‘부정선거’ 논란, 이제는 끝내야

Los Angeles

2026.07.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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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종일 일해서 투표할 시간이 없다”, “투표하면 배심원 재판에 불려 나가는 게 싫다”, “투표하면 정치광고,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많이 온다”, “미국 여권이나 시민권 서류를 못 찾겠다” 등은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한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
 
한인 시민권자 가운데는 미국 선거에 별 관심이 없고 그러다 보니 투표도 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이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AAPI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한인 유권자는 100만 명에 조금 못 미친다. 그리고 이 중 평균 58% 정도만이 투표에 참여한다. 사실 한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민자 커뮤니티 투표율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투표 참여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법안이 나왔다. 유권자 신분검사 강화 법안(일명 SAVE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투표 때 유권자의 신분증 및 미국 시민권 증명 제시 의무화(미국 여권, 출생증명서, 시민권 증서 등), 우편투표 금지 등의 세부 내용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SAVE 법안의 통과 없이는 다른 법안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SAVE 법안의 통과를 주장하는 것은 ‘부정선거 방지’라는 이유 때문이다. “불법체류자와 비시민권자가 미국 시민권자를 가장해 투표하고, 부정선거로 미국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미국 시민권자 여부를 조사하겠다”, “투표를 하고 싶으면 신분증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비시민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첫째,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번거롭고 위험하다. 비시민권자가 미국 선거에 투표하면 이민 신분을 빼앗기고, 최악의 경우 추방당할 수도 있다. 투표 한 번으로 인생을 망치고 싶은 비시민권자는 없다. 더구나 자영업 비중이 높고 대부분 영어가 서툰 비시민권자들은 복잡한 유권자 등록과 투표에 참여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둘째 비시민권자의 투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부정선거'를 주장한 직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조지아 주 정부가 조사한 결과 투표자 820만명 가운데 비시민권자는 20명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 비율의 0.0002%로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다. 보트라이더스(VoteRiders)의 김다해 매니저는 "미국에서 유권자 사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라고 말한다.
 
셋째, 시민권자 증빙 서류를 갖추기도 쉽지 않다. 미국 시민 가운데 여권을 소유한 사람은 52%에 불과하다. 오래전 발급받은 출생 증명서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시민권자도 많지 않고, 귀화와 결혼 등으로 이름이 바뀌어 시민권자 증명에 사용할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결국 SAVE 법안의 의도는 뻔하다. ‘부정선거’를 핑계로 시민권 증빙 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이민자, 유색인종, 그리고 여성의 투표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다.  
 
김 매니저는 “기존 법체계만으로도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장벽이 계속 만들어진다. 존재하지 않는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유권자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SAVE 법안은 투표함 앞에 선 사람을 돌아서게 만드는 법이다. 총칼보다 조용하지만 더 효과적으로 유권자를 탄압하는 법안이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 대신, 한인을 비롯한 더 많은 이민자가 미국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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