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지성 집중호우로 각지에 산사태 위기경보가 발령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산지에 위치한 캠핑장 일부는 여전히 천재지변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려해도 예약금 전부를 돌려주지 않거나 모호한 규정을 내세워 환불을 거부해 캠핑장과 소비자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캠핑 관련 온라인 카페를 보면 최근 폭우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캠핑을 취소했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날씨는 캠핑 강행하나요?’, ‘결국 장맛비에 계곡 캠핑 취소’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 “환불 될까요?”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한 회원은 “비가 많이 와서 찾아보니 작년 이맘때도 산사태가 났더라, 취소하려고 보니 이미 수수료(위약금)가 40%”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전국 각지의 캠핑장 예약 사이트를 살펴보니, 강원도에 있는 A 캠핑장의 경우 예약 10일 전 취소한 인원까지는 예약금의 100%를 돌려주고 이후 점차 환불액이 줄어든다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호우주의보 등이 내려지는 경우에 대해선 별도의 환불 규정이 없었다. 대구 소재 B 캠핑장도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환불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았다. 동호회 회원들은 “국공립 야영장은 주의보 정도에도 환불해 주지만, 사설 캠핑장은 태풍에도 안 해주는 곳이 있다”며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캠핑장 이용과 관련한 분쟁은 매해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접수된 캠핑장 피해 구제 신청은 68건에 달했다. 지난 2021년 52건에서 2024년 77건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 피해 유형 중 절반 가까이가 계약 해제나 위약금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지난해 경기도 가평 등지의 캠핑장에서 장마 시기 이용객들이 산사태로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위험한 상황에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 캠핑장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곳이 많다.
업계에선 캠핑장에 적용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별도로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기도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권고 사항으로, 환불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별도의 분쟁해결기준이 없는 캠핑장 업계는 보통 숙박업에 적용하는 기준을 준용해 운영한다.
그러나 숙박업에서의 성수기·비성수기 기준, 악천후에 따른 영향 등이 캠핑장 사정과는 크게 달라 일괄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안전하게 캠핑하고 환불 분쟁을 겪지 않도록 분쟁해결기준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 에 앞서 소비자들도 일기예보와 캠핑장 위약금 규정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