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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포탄’ 이란 갈 바엔 아프리카…트럼프가 바꾼 외교관 험지 지도

중앙일보

2026.07.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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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목표물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목표물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외교관 인사에는 선호 공관과 격오지를 번갈아 보내는 이른바 ‘온탕·냉탕’ 관행이 있다. 워싱턴DC의 주미 대사관처럼 인기 있는 공관에서 근무한 뒤엔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관으로 보내 근무 경험의 균형과 형평성을 맞추는 식이다. 이전에는 미국 근무 뒤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인사에선 워싱턴에 초임으로 부임했던 외교관이 아프리카가 아닌 이란으로 발령 난 사례가 관가 내부에서 회자하고 있다. 중동전쟁 이후 외교관들의 ‘험지 지도’가 달라졌단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중동이 외교관들이 선호하는 부임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외교 정책이 중동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점 때문에 전략적으로 경력 관리를 위해 중동 근무를 자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생활 환경이 좋은 산유국이라 오히려 선호 공관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긴장 등 역내 안보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사선’이 된 중동 근무에 대한 외교관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외교부 안팎의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 비공개로 열린 외교부 인사위원회에서도 이런 변화가 공유됐다고 한다. 기존에는 아프리카가 최대 격오지로 꼽혔지만, 이란전쟁을 계기로 중동 근무를 꺼리는 기류가 아프리카 못지 않게 뚜렷해졌다는 취지의 상황 공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각국 신임 주미대사들의 신임장 제정 관련 행사에서 강경화 주미 대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각국 신임 주미대사들의 신임장 제정 관련 행사에서 강경화 주미 대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이란 발령이 외교부 ‘복도 통신’의 주제로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 근무 뒤 험지 근무를 하는 공식은 반복돼 왔지만, 그 대상이 중동 정세의 한복판에 있는 이란이라는 점에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서 초임으로 근무한 외교관의 경우 다음 인사 때 본인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본부의 명에 따라 가라는 데로 가기 마련”이라며 “과거 같으면 아프리카 공관행에 당첨됐을 텐데, 이번엔 이란행으로 결정된 것 자체가 분위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란 및 중동 일대에선 포탄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있는 점을 다들 의식하지 않겠느냐”면서다.

외교부 본부 내에서도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아프리카·중동국(아중동국)의 업무 강도는 모든 지역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된 지 오래다. 이에 최근 근무 인력을 2명 늘렸고, 재외 공관에서까지 우수 직원을 단기간 파견해줬다고 한다.

지난 7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엑스에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에 피자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조 장관 엑스 캡처.

지난 7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엑스에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에 피자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조 장관 엑스 캡처.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일 SNS에 이재명 대통령이 아중동국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피자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지난 4개월 간 재외공관과 본부가 24시간 함께 움직이며 중동 지역 우리 국민 보호, 우리 선박의 안전하고 조속한 통항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왔다”고 적었다. 나무호 피격 대응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 등으로 본부와 재외공관이 동시에 비상 대응을 이어왔단 뜻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동안 중동 업무는 외교부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거치며 아중동국과 현지 공관이 워낙 고생하긴 했지만, 그만큼 탁월한 대응 능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직원들 사이에서도 ‘우리 업무가 외교부의 핵심 현안으로 인정받았다’는 긍지도 커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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