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성 질환엔 효과 전무, 면역력 회복이 핵심 정맥 주사 찰나의 부작용 위험, 득보다 실 많아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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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39도가 넘는 고열로 응급실을 찾아도 피검사나 수액(링거) 처방 없이 해열제를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이주한 아시아계 주민들은 캐나다 의료진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증상을 대하는 의료 원칙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에 가깝다.
캐나다 소아과학회와 과잉 진료를 줄이기 위한 보건 지침을 살펴보면, 캐나다 의료진이 감기 환자에게 수액을 쉽게 처방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6가지다.
수액은 탈수 보충용일 뿐 바이러스 못 잡아
첫째, 수액은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지 못한다. 독감과 감기, 코로나19 같은 상기도 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수액에 들어 있는 생리식염수나 포도당은 바이러스를 없애거나 회복 기간을 줄이는 치료제가 아니다. 캐나다 의료진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감염과 싸우는 만큼 치료 효과가 없는 수액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둘째, 물을 마실 수 있다면 입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기력이 떨어졌을 때 수액으로 수분과 영양을 보충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캐나다 의료계는 환자가 물이나 주스를 마실 수 있다면 수액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병원에서 수액을 투여하는 경우는 환자가 의식을 잃었거나 심한 구토로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경우, 탈수가 심하거나 패혈증이 의심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항생제 남용 금지 및 정맥 주사 자체의 위험성 경계
셋째, 수액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오히려 위험을 늘릴 수 있다. 정맥에 바늘을 꽂는 과정에서 정맥염이나 혈전, 주사 부위 감염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의료계는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 위험이 크거나 비슷하다면 불필요한 처치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넷째, 항생제 주사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감기에 걸리면 빨리 낫기 위해 이른바 '소염 주사'를 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지만,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만 효과가 있을 뿐 바이러스에는 듣지 않는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이 항생제 내성균을 늘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균 감염이 확인되더라도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는 상태라면 주사보다 알약이나 시럽을 먼저 처방한다.
다섯째, 수액이 감기를 더 빨리 낫게 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도 수액이 열을 더 빨리 떨어뜨리거나 회복 속도를 높인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액을 맞은 뒤 몸이 한결 나아졌다고 느끼는 경우는 감기가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시기와 겹쳤거나, 함께 투여한 해열진통제의 효과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정된 의료 자원, 중증 환자에게 우선 배분
마지막으로 캐나다 공공의료는 의료 자원을 꼭 필요한 환자에게 우선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감기 환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대신 중증 폐렴이나 패혈증, 쇼크, 대수술 환자처럼 정맥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진과 병상을 먼저 배정한다.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어도 접수 순서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먼저 판단해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우선 치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캐나다 의료진이 감기 환자에게 수액을 쉽게 처방하지 않는 것은 의료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불필요한 처치를 줄이고 검증된 치료를 우선하는 현대 의학의 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수액을 사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