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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 SUV’ 닮았지만 심장이 다르다…엔진과 모터, 당신의 선택은

중앙일보

2026.07.11 13:00 2026.07.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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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車대車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vs IQL

브랜드와 이름은 같다. 그런데 심장이 다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가운데 휘발유 마시는 ESV와 전기 먹는 IQL을 맞붙였다. ESV는 ‘에스컬레이드 스트레치 비클(Escalade Stretch Vehicle)’, IQL은 ‘혁신(Innovation)’과 ‘품질(Quality)’, ‘롱(Long)’의 약자. 차체 길이만 5.8m 안팎이다. 풍채 좋은 풀 사이즈 SUV 중에서도 롱 휠베이스 버전이다.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email protected]), 사진= 김주현 로드테스트 기자, 영상= 김규용 로드테스트 기자



육중한 엔진 품은 ESV와 매끈한 전기차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왼쪽)과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왼쪽)과 ESV.


에스컬레이드의 사전적 의미는 ‘사다리를 이용한 성벽 공격’. 스포츠 선수와 톱스타가 즐겨 타며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정체성과 찰떡궁합인 이름이다. 첫 데뷔 시점은 1998년. GMC 유콘 드날리에 캐딜락 배지 붙여 만들었다. 포드의 링컨 내비게이터에 맞불 놓기 위한 긴급 처방이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 결과 불과 2년 만에 2세대로 거듭났다.

이후 에스컬레이드는 2006년 3세대, 2013년 4세대, 2020년 지금의 5세대로 진화했다. 모두 사다리꼴 프레임을 품었다. 참고로 5세대의 개발명 ‘GMT 1XL’도 프레임 명칭이다. 2024년 에스컬레이드 IQ도 데뷔했다. 캐딜락의 전기차 라인업 IQ 가운데 세 번째 모델이자 최상급 SUV다. 엔진 품은 에스컬레이드의 유산을 계승하되 전동화 기술로 거듭났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그런데 IQ는 화석연료 태우는 에스컬레이드와 뼛속부터 다르다. 프레임 보디 대형차를 위한 전기차 플랫폼 ‘BT1’이 밑바탕이다. 실버라도 EV, 허머 EV, 시에라 EV와 나눠 쓴다. 캐딜락은 또 다른 전기차 시리즈도 거느렸다. 리릭과 셀레스틱, 옵틱, 비스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밑바탕은 ‘BEV3’로 다르다. 모노코크 차체의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미국에서 엔진과 전기 에스컬레이드의 판매는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해 실적은 에스컬레이드 4만9366대, IQ 8115대로 무려 6배 차이다. 한편, 미국 풀 사이즈 럭셔리 SUV 시장에서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은 여전히 꼿꼿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에스컬레이드가 1만3659대 팔린 반면, 링컨 내비게이터는 5815대, 렉서스 LX는 2034대에 머물렀다.



8기통 6L 엔진의 ESV, 가속 페달 밟으면 '으르렁'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왼쪽)과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왼쪽)과 ESV


이번 촬영을 위해 육중한 검정색 에스컬레이드 두 대로 수도권을 종횡무진 누볐다. 뉴스나 영화 통해 익숙한 국가 기관의 법 집행 연상시킬 장면을 본의 아니게 연출한 셈이다. 어딜 가든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실제로도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은 압도적. 막연한 예상보다 훨씬 크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영업사원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왼쪽)와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왼쪽)와 IQL


덩치는 에스컬레이드 IQL이 조금 더 크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820×1950×2055㎜. 에스컬레이드 ESV보다 너비만 110㎜ 좁을 뿐 30㎜ 길고, 125㎜ 높다. 휠베이스도 3460㎜로 53㎜ 더 여유 있다. 그런데 짐 공간은 반대다. 에스컬레이드 ESV가 1175~4027L로 더 널찍하다. IQL 보닛 속의 e-트렁크를 더해도 우열은 변함 없다.

에스컬레이드 ESV와 IQL은 언뜻 닮았다. 비슷한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는 그릴과 램프. 거대한 그릴 주위로 수평과 수직 조명이 예리한 직각으로 만났다. 수직 절벽처럼 깎은 앞모습도 비슷하다. 누가 봐도 한 핏줄이다. 차체는 그림으로 치면 캔버스를 넘어 벽화 스케일. 캐딜락 디자인 팀은 휑하거나 과한 느낌 없이 짜임새 있고 멋지게 여백을 채웠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둘은 의외로 다르다. 다른 동력원 암시하는 단서다. 가령 에스컬레이드 ESV는 구멍 송송 뚫은 그릴을 씌웠다. 휠의 스포크 사이로 브레이크 로터와 캘리퍼도 훤히 드러냈다. ‘냉각’에 방점 찍은 메커니즘이다. 반면 에스컬레이드 IQL은 그릴을 막고 띠 조명을 심었다. 휠도 틈새를 최소화했다. ‘공기 저항’ 줄이기가 지상 과제인 까닭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차체를 옆에서 바라보면 둘의 간격은 돌연 멀어진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C필러 뒤쪽이 다소 어색해 보일 만큼 길다. 정작 엔진 없는 에스컬레이드 IQL의 보닛이 훨씬 더 길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덕분에 보닛 속에 345L의 광활한 짐 공간을 품었다. 비율과 디테일 모두 IQL이 ESV보다 자연스럽고 매끈하다. 보다 최신작이라는 사실이 오롯이 와 닿는다.

차체크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길이(㎜) 5,790 5,820(+30)
너비(㎜) 2,060(+110) 1,950
높이(㎜) 1,930 2,055(+125)
휠베이스(㎜) 3,407 3,460(+53)
공차중량(㎏) 2,940 4,265(+1,325)
트렁크 용량(L) 1,175~4,027(+) 670~3,374(+프렁크 345)



배터리 1t 실은 IQL, 1.4배 무거운 대신 1.7배 강력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에스컬레이드 ESV의 엔진은 V8 6.2L(6162㏄) 가솔린 직분사 자연흡기다.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63.6㎏·m를 낸다. 실린더 사이에 캠샤프트를 놓고, ‘푸시 로드(쇠막대기)’로 흡배기 밸브 여닫는 OHV 엔진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낮고 묵직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여기에 10단 자동 변속기를 물렸다. 구동력은 항상 네 바퀴로 나눈다.

국내 인증 연비는 복합 기준 5.9㎞/L. 막상 주행해보니 실제 연비는 걱정보다 좋다.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FM)’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총 8개 가운데 점화 제어로 각각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주행 조건에 따라 최대 17가지의 시나리오로 변주를 준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에는 2기통만 작동시켜 두 자릿수 연비도 넘볼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한편, 에스컬레이드 IQL의 심장은 두 개의 전기 모터. 각각 앞뒤 축을 맡아 사륜구동을 완성한다. 변속기는 없다. 듀얼 전기 모터의 합산 최고출력은 750마력, 최대토크는 108.5㎏·m. IQL의 출력과 토크가 각각 1.7배 더 강력하다. 대신 IQL의 공차중량이 4265㎏으로, ESV보다 1325㎏ 더 무겁다. IQL이 1.4배 더 무거운 반면 1.7배 강력한 셈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이 차이는 성능 제원으로 이어진다. 에스컬레이드 ESV와 IQL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각각 6.0초, 4.9초, 최고속도는 시속 193, 200㎞. 1회 주유 혹은 충전 주행 거리도 관심을 모은다. ESV는 91L 연료탱크와 복합 연비를 곱하면 500.5㎞. 반면 IQL은 인증 기준 710㎞로 오히려 더 넉넉하다. 물론 기온과 운전에 따라 우열이 바뀔 여지는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IQL 가격과 무게, 항속거리의 변인(變因)은 초대형 배터리. 노트북용 배터리 1000여개 엮어 전기차의 패러다임 바꾼 일론 머스크의 역발상을 연상케 한다. IQL은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품었다. 24개 모듈을 묶어 용량은 205㎾h, 배터리 팩 무게는 1t에 육박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가 공급한다.

파워트레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동력원 V8 가솔린 6.2L 자연흡기 전기 모터×2
최고출력(마력/㎾) 426 750(+324)
최대토크(㎏·m) 63.6 108.5(+44.9)
변속기 자동 10단 1단
굴림방식 AWD
에너지원 용량 연료탱크 91L 리튬이온 배터리 205㎾h



운전자 시선 감지, 옆 차로 바라만 봐도 차로 변경


에스컬레이드 ESV의 주행 감각은 시종일관 호쾌하다. 엔진은 150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농익은 토크를 펄펄 끊여낸다. 자연흡기 방식답게 회전수와 비례해 변덕 없이 차분하게 파워를 쏟아낸다. 게다가 배기량도 넉넉하다. 10단으로 잘게 쪼갠 변속기는 거의 모든 상황에 능숙히 대응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조작으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짓이기면 돌연 태풍이 보닛 속으로 들이치는 느낌이다. 실제 가속 느낌은 제원 수치를 성큼 웃돈다. 압도적 덩치와 자극적 사운드, 껑충한 운전석, 박력 넘치는 가속 패턴이 어울려 낳은 시너지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저돌적으로 달려나갈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위를 공포에 떨게 하는 거인으로 거듭난 듯해 괜히 우쭐해진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한편, 에스컬레이드 IQL의 가속은 초현실적이다. 20피트 컨테이너보다 큰 덩치와 경비행기 이륙중량 뺨치는 무게를 잊게 하는 까닭이다. ESV의 압축과 폭발 기반 가속보다 감성 적시는 자극은 덜하다. 정점을 향해 고조시켜가며 가슴 졸이게 하는 서사도 없다. 전동화와 디지털화가 원인과 결과, 입력과 출력의 간격을 극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그런데 과정의 단축이 재미와 반비례하지는 않았다. 처음엔 익숙한 패턴의 ESV에 끌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IQL의 매력에 눈을 떴다. 동력의 전달 과정이 정갈할 뿐 아니라 몸놀림도 더 선명해서다. ESV에는 없는 뒷바퀴 조향 덕분에 더 큰 몸집으로도 굽잇길을 한층 예리하게 도려냈다. 회생 제동이 있어 브레이크 밀리는 느낌도 상대적으로 적다.

에스컬레이드 ESV의 운전 재미는 엔진을 한계까지 쥐어짤 때 절정에 다다른다. 고회전에서 정점 찍는 사운드와 진동, 추진력 때문. IQL의 운전은 결이 확연히 다르다. 매끈한 흐름과 뛰어난 균형감이 매력이다. 따라서 분절적 자극 좇아 극단으로 치닫는 금단 현상의 악순환이 없다. 덕분에 늘 여유롭고 편안하다. 파워의 우열보다 풀어내는 방식의 차이다.

동력 성능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0→100㎞/h(초) 6.0 4.9(-1.1)
최고속도(㎞/h) 193 200(+7)
연료효율성(복합) 5.9(㎞/L) 3.0(㎞/㎾)



1억 비싼 IQL 대신 ESV 사고 전기 세컨카 들일까


어떤 심장 품은 에스컬레이드든 도어는 스위치만 살짝 건드려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운전석부터 동반석까지 완만한 호를 그리며 수평으로 펼친 55인치 LED 디스플레이가 시야를 압도한다. 근사하게 무두질한 가죽과 섬세한 바느질로 꾸민 실내는 감추고 싶은 속물근성을 자극한다. 비싼 차 만들기 123년의 내공이 구석구석 묻어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ESV와 IQL 모두 2열 이그제큐티브 좌석이 기본. 좌우 좌석 사이를 전용 디스플레이와 접이식 테이블 품은 콘솔로 메웠다. 2열 좌석의 크기와 모양이 1열과 같은 점도 흥미롭다. 덩치가 주는 환상처럼 실내가 광활하진 않지만, 1인당 점유 공간은 어떤 차급이나 장르와 비교해도 확연히 여유롭다. 3열도 무늬만 좌석 형태 갖춘 여느 7인승 SUV와 비교 불가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L


서울~부산 왕복할 때 타고 싶은 차. 21세기 초, 2세대 에스컬레이드를 처음 시승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풍성한 파워와 부드러운 승차감의 황금비율 때문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5세대를 타고 나서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수퍼크루즈’ 때문이다. 운전대 쥐는 수고조차 없애 두 손과 두 발의 자유를 실현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다.

수퍼크루즈는 운전대의 센서로 운전자 시선을 감시한다. 전방만 주시하면 설정 속도 내에서 카메라와 레이더, GPS 정보를 융합해 흐름 따라 달린다. 방향 지시등을 켜거나 빈 옆 차선만 바라봐도 스스로 차선을 바꾼다. 국내 약 2만3000㎞의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땐 운전대 위쪽에 녹색불이 들어온다. 그밖의 도로에서는 기존 ADAS처럼 쓰면 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VS(왼쪽)와 IQL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VS(왼쪽)와 IQL


20년 전에는 없던 고민도 생겼다. 엔진과 전기의 선택지다. 디자인과 운전 감각만 놓고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더 정숙하고 매끈하며 민첩한 IQL이 매력적이다. 한편으로, ESV 사는 대신 차액으로 재미있는 전기차 고르는 상상도 즐겁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두 에스컬레이드의 가격은 ESV가 1억9150만원, IQL이 2억8900만 원이다.

※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은 로드테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창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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