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일이 밀려 있어서 바로 일정을 잡긴 어려웠다.
유품 정리는 며칠 뒤로 미루고 우선 소독 작업이라도 먼저 하려고 잠깐 짬을 내서 들렀다.
시신이 1주일 만에 발견됐다고 하기에 시취의 강도와 범위가 짐작됐다.
미리 현장 소독이라도 해놓으면 아무래도 집주인의 원성이 좀 잠잠해진다.
꽤 번화가에 있는 6층 건물이었다.
청년이 세상을 뜬 곳은 4층. 주인은 6층에 산다고 했다.
제법 연식이 있는 건물이었지만 관리가 잘돼 있었다.
계단이며 복도며 깔끔하게 잘 닦여 있었다.
하지만 역시 4층에 이르자 시취가 물씬 배어났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건물은 조용했다.
그 고요함과 대조적으로 집 안은 엉망이었다.
‘혹시…범죄 현장?’
택배 박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신발이나 옷을 배송받아 뜯어놓은 빈 박스들을 쌓아놨다가 무너진 모양이다.
싱크대에는 배달 음식 용기를 탑처럼 쌓아뒀다.
손으로 톡 치면 와르르 무너질 듯.
소독약만 치우러 왔다가 집 안에 온통 쌓인 물건들 때문에 어느새 대강의 유품 정리를 하게 됐다.
고인은 인스타 광고대행 마케팅 회사 직원이었다.
세후 월급은 270만원 남짓이었다.
그렇게 서류를 정리하다 두툼한 노트를 집어들자 그 안에 끼워뒀던 주민등록증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이고, 잘생겼다. 아깝다 아까워, 아니 왜….”
절로 혀 차는 소리가 나올 만큼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주민증 사진만으로야 모르겠지만 모델을 해도 될 만한 외모였다.
노트에는 필기가 가득했다.
요일별로 칸이 나눠진 스케줄러였다.
확인할 업무, 받아야 할 교육 등 일정이 손글씨로 빼곡했다.
나로선 당최 알아듣지 못할 전문용어들이 가득했다.
노트를 넘겨 가다보니 크게 적힌 글씨.
‘워라밸’.
지친 업무에 주문처럼 적어둔 삶의 문구였으리라.
멍해 있는 사이 의뢰인인 고인의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유품을 살피다가 문득 눈에 띈 약봉지.
“아이고.” 탄식이 나왔다.
요즘 청년들이 떠난 현장에서 자꾸 발견되는 이것. 내가 겪은 것만도 벌써 여러 번이었다.
서류나 노트 등 고인에게 직접적인 자료 등은 먼저 챙겼다.
그리고 시취를 잡을 약품들을 욕실에서부터 뿌리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 동네가 소란스러워졌다.
웅웅, 쿵쿵 거리는 신나는 음악들. 방정맞은 멜로디.
‘뭐지?’
잠깐 사이에 음악 소리에 묻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퍼졌다.
그 강렬한 향이 어느새 시취까지 먹었다.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청각과 후각의 난장판이었다.
물건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니 냄새가 더 진했다.
‘건물에 어디 방앗간이라도 있는 걸까?’
1층까지 내려와서야 진상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3층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저마다 떡이 올려진 일회용 접시를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