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국민병이다. 혈관의 압력이 높은 고혈압 상태로 5~10년 정도 지나면 전신 혈관이 망가진다.
이런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시간대는 아침이다. 잠자리에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이동한 화장실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 세수하고 양치를 하는 순간 갑자기 몸을 휘청거리면서 쓰러진다. 특별한 전조 증상도 없다.
원인은 기상 후 2~3시간 사이 혈압이 급격히 치솟는 ‘아침 혈압 상승(Morning Blood Pressure Surge·모닝서지)’이다. 잠에서 깨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짧은 순간, 몸에는 생각보다 격렬한 변화가 일어난다. 잠에서 깰 준비를 하기 위해 코르티솔 같은 각성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고 뇌를 깨우기 위해 교감 신경이 급격히 활성화된다.
잠에서 깨는 아침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압이 빠르게 상승한다. 전조 증상 없이 평소처럼 화장실에서 세수·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진다. 호텔페어를 찾은 한 관람객이 세면대 등 객실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 과정에서 심장이 강하고 빨리 뛰면서 혈압이 높아진다. 양태일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건강한 혈관이라면 일시적인 압박을 유연하게 버텨내지만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혈관이 탄력성을 잃고 뻣뻣해졌다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침이다. 이한빈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에서 깰 땐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빠르게 상승하고 혈관이 수축해 좁아지고 혈전(피떡)도 더 잘 생긴다”고 말했다. 이때 혈관 상태가 나쁘면 모닝 서지로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이 생긴다. 여러 연구에서 아침 혈압 상승이 심할수록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돌연사가 아침에 유독 많은 이유다.
모닝 서지로 쓰러지는 사고는 ‘운이 나빴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강민경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낮에 잰 혈압이 정상이라도 하루 종일 혈압이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운동하고 짠 음식을 줄이고 약을 먹어서 혈압을 조절해도 모닝 서지로 아침에 혈압이 오를 때마다 반복적으로 혈관이 손상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밤이다. 밤에 생긴 혈압 변화가 아침에 폭발하듯 터져 사고가 생긴다. 혈압이 튈수록 위험한 사람은 혈압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병원 진료 때마다 잰 혈압이 정상이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걸로는 모닝서지 고위험군을 빨리 찾아내지 못한다. 적어도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2번은 측정해야 한다. 최근엔 손가락에 끼면 자동으로 24시간 혈압 변동 상태를 측정·기록하는 반지형 혈압계로 측정하기도 한다.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갈 때 혈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낮에 멀쩡하던 혈압이 밤에 눈을 감고 잠을 잤다 일어난 아침에 돌변하는 이유는 아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응급실로 실려 가는 위험한 모닝 서지가 생기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도 살펴본다. 모닝 서지를 키우는 숨은 원인과 약 없이 모닝 서지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