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이 12일 프랑스 에비앙르벵의 에비앙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친 유해란은 합계 19언더파를 기록한 후 연장전에서 브룩 헨더슨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유해란은 직전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이저에서 우승했다.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역대 여자 골프 사상 최고액인 30억 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쥔 그는, 총상금 910만 달러 규모의 이번 대회에서도 약 21억 원의 상금을 추가했다.
LPGA 투어 통산 5승이자 메이저 2승째다. 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올 시즌 똑같이 메이저 2승을 기록한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날 3라운드에서 남녀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저타 타이 기록인 60타를 몰아친 후 유해란은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차분해졌고 골프를 더 즐기게 됐다”며 “최종 라운드가 오늘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흐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처럼 최종 라운드는 전날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유해란은 스코어가 아닌 매 샷에만 집중해 마지막 퍼트를 끝낸 뒤 캐디와 스코어카드를 확인하고는 “오 마이 갓, 오늘 11언더파였다니 정말 놀랍다”며 감격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저 2연속 우승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최종 라운드에서는 스윙 보다 스코어에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전날 버디 9개와 이글 1개를 쏟아냈던 유해란은 이날 17번 홀까지 버디를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했다. 특히 퍼트가 잘 안됐다. 스포TV 고덕호 해설위원은 “어제는 샷을 하고 난 뒤에도 몸이 완벽하게 밸런스를 잡고 고정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우승에 대한 간절함 때문인지 임팩트 이후 몸이 다소 움직인다”고 짚었다.
한 조에서 우승경쟁을 한 유해란(왼쪽)과 브룩 헨더슨. AFP=연합뉴스
유해란은 챔피언조에서 이와이 아키에에 3타 차, 헨더슨에 7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이와이가 첫 홀 보기, 3번 홀 더블보기 등으로 6번 홀까지 유해란은 4타 차 여유 있는 선두를 유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소 싱거운 최종 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다른 동반 플레이어인 헨더슨과의 격차는 무려 6타 차에 달했다.
그러나 골프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에비앙 골프장에서 쉬운 구간으로 꼽히는 7번 홀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짧은 파5인 7번 홀에서 헨더슨이 약 7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4타 차의 여유가 있어 위기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헨더슨은 파3인 8번 홀에서 또 한 번 믿기 힘든 이글을 기록했다. 헨더슨의 티샷은 홀컵 앞에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쏙 빨려 들어가 홀인원으로 연결됐다. 반면 유해란의 티샷은 홀 근처에 떨어졌으나 굴러서 그린을 넘어갔고, 결국 보기를 범했다. 단 두 홀 만에 타수 차가 1타 차로 좁혀졌고 순식간에 경기는 유해란, 이와이, 헨더슨의 혼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그린 앞에 물이 있는 파5인 마지막 홀에서 공동 선두 유해란과 이와이의 티샷은 왼쪽으로 가서 3온을 했고 한 타 차 헨더슨은 2온을 해 모두 같은 조건으로 퍼트 싸움이 됐다. 유해란의 거리가 가장 멀었다. 이날 퍼트 컨디션도 가장 좋지 않아 불리했다. 그러나 유해란은 약 4m 버디를 홀에 집어 넣었다. 이날 첫 버디였다. 헨더슨은 이글 퍼트를 넣어 연장에 합류했고 이와이는 탈락했다.
연장 첫 홀에서 유해란은 2온 2퍼트로 버디를 해 파에 그친 헨더슨을 뿌리쳤다. 이날 버디가 하나도 없었던 유해란은 정규 경기 18번 홀에 이어 2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헨더슨은 이날 홀인원 포함 이글 3개를 하며 7타 차를 쫓아왔으나 거기까지였다.
유해란은 2015년 주니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 때 이런 대회 언제 우승해보려나 생각했단다. 그 꿈을 11년이 지나 이뤄냈다. 유해란은 “메이저 우승이 하나도 없었는데 갑자기 두 개가 됐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