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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는 것보다 낫다” 삼전 아빠, 15살 아들 데리고 간 곳 [르포]

중앙일보

2026.07.12 13:00 2026.07.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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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충북 음성 금왕읍 위치한 충북반도체고등학교에서 2027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서울과 경기, 부산,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중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입학설명회가 열린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지난 10일 오후 충북 음성 금왕읍 위치한 충북반도체고등학교에서 2027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서울과 경기, 부산,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중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입학설명회가 열린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반도체 호황에 NYT 소개된 충북반도체고

지난 10일 오후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 있는 충북반도체고등학교. 이 학교의 ‘2027학년도 신입생 입학설명회’가 열린 교내 마이스터홀(실내체육관)에 들어서자 340석에 달하는 1층 좌석이 꽉 차 있었다. 뒤쪽 계단형 보조 좌석에도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체육관을 메운 사람들은 충청권은 물론 서울·경기·부산·울산·전북 등 전국에서 온 학부모와 학생·진학담당 교사들이다. 이들은 설명회 시작 전부터 손에 든 입학전형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다. 일부는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강수진 충북반도체고 교사는 “평소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에서 열던 것을 참석인원이 4배 가량 많아 체육관으로 바꿨다”며 “교내 실습실 견학은 영상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 문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반도체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한해 6~7차례 하는 입학설명회를 체육관에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시 주차장을 마련한 운동장 공간이 모자라 교문 앞 길가까지 자동차가 줄을 섰다.
충북반도체고 입학설명회가 열린 지난 10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학교 운동장이 자동차로 가득찼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반도체고 입학설명회가 열린 지난 10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학교 운동장이 자동차로 가득찼다. 김성태 객원기자.



“반도체 전망 좋다” 입학설명회 450명 인파

설명회 분위기는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의 열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생산라인 관리직으로 일하는 김모(48·경기 화성)씨는 “대학을 진학하는 것보다 일찌감치 반도체로 진로를 정해 취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아들을 데리고 설명회에 왔다”며 “고교 취업자라 해도 직급만 낮을 뿐 하는 일은 대졸자와 거의 비슷하다. 하루빨리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들 김모(15)군은 “AI(인공지능) 산업에 필수인 반도체는 쭉 전망이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에서 온 백모(68)씨는 1년 전부터 손자 김모(15)군의 반도체고 진학을 설득했다고 한다. 백씨는 “지인을 통해 충북반도체고가 취업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손자를 설득했다”며 “인문계를 가면 내년부터 수능 준비에 올인해야 하는데 반도체고에 오면 곧바로 반도체 관련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졸업 후 경력을 쌓으면 남들보다 6~7년은 앞서갈 수 있다. 최근 손주도 마음의 문을 열고, 반도체 제조 회사도 견학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반도체고 교문 앞 도로에 걸린 취업률 홍보 현수막.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반도체고 교문 앞 도로에 걸린 취업률 홍보 현수막. 김성태 객원기자



“삼전닉스 가면 억대 성과급…취업률 96% 장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을 언급하는 이도 많았다. 한모(56·서울 구로구)씨는 “‘삼전닉스’의 성과급만 해도 웬만한 기업의 연봉을 넘어서지 않냐”며 “대학을 졸업하는 것보다 반도체고서 상위권에 들어 삼성이나 SK에 입사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근 무극중에서 온 성모(15)군은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설명회에 왔다. 반도체고에 꼭 입학하고 싶다”고 했다.


충북반도체고는 반도체 제조와 관련한 국내 마이스터고 4곳 중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이다. 1969년 ‘무극종합고등학교’로 설립, 2006년 반도체장비분야 특성화고 지정된 뒤 2008년 반도체고로 교명을 바꿨다. 2010년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됐다. 마이스터고는 특정 산업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반도체 제조과·장비과·케미컬학과 등 3개 학과에 전교생은 287명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등 해외 매체에서 한국 반도체의 업황을 소개하며, 그 저변에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충북반도체고를 소개했다.

충북반도체고 경쟁률은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 학교의 2026학년도 경쟁률은 2.26대 1로 전년(1.51대 1)보다 크게 올랐다. 서운석 반도체고 교장은 “경쟁률도 높아졌지만, 입학 성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SK하이닉스에서 2차례 기증받은 반도체 장비와 15년간 누적된 교육 노하우, 인재가 꾸준히 모이는 게 학교 위상이 높아진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충북반도체고 2027학년도 입학설명회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설명자료를 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반도체고 2027학년도 입학설명회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 설명자료를 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졸업생보다 많은 협약기업…“취업 걱정 無”

반도체고의 가장 큰 장점은 96~97%에 달하는 취업률이다. 삼성·SK를 포함해 반도체 관련 제조·테스트·유지보수 등 150여 개 기업과 취업 협약을 맺고 있다. 정재원 교사는 “삼성·SK 취업 비중이 졸업생 기준 매년 20~25% 정도인데, 이곳 외에도 탄탄한 국내·외국계 반도체 회사에 대부분 취업한다”며 “현재 3학년 학생이 92명인 것을 고려하면, 졸업생 보다 많은 취업 협약을 기업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 3개월여 전부터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취업 스터디를 진행하며, 학생 3~4명이 지도교사와 함께 팀 프로젝트를 실행해 매년 10월께 발표회도 연다.

올해는 반도체 회사에서 제시한 과업을 놓고 해결 방안을 찾는 프로젝트 수업도 도입했다. 강수진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은 퀴즈를 푸는 방식과 비슷한데 3월에 주제를 정해 6개월 이상 진행한다”며 “가령 '케첩이 묻지 않는 병뚜껑을 만들어 보자'는 주제를 정하면 학생 스스로 자료 조사와 설계·시제품 제작을 하는 식이다. 10월엔 강당에 모여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발표회를 연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비와 기숙사비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삼성 마이스터 장학생 등 취업 특례 제도도 갖췄다. 삼성 장학생은 1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2학년 초 10여명을 선발하는데, 졸업까지 상위 30% 성적을 유지하면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와 함께 취업이 보장된다. 현재 2·3학년 학생 32명이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학년 때까지 성적과 국가기술자격증·봉사·어학 등 ‘영마이스터인증’을 기준으로 해마다 특채를 진행하고 있다. 선발 수는 해마다 차이가 있다.
서운석 충북반도체고 교장이 지난 10일 입학설명회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서운석 충북반도체고 교장이 지난 10일 입학설명회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졸업생 20%, 삼전·SK하이닉스 취업

강태영(반도체고 3학년)군은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공정과 유지·보수 실습을 한 게 취업에 도움이 됐다”며 “면접을 앞둔 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졸업 후 취업이 예정돼 있다. 인문계에 간 친구 몇몇은 이 얘기를 듣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서운석 교장은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노력한만큼 대우 받고,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에서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세태 변화를 느낀다”며 “협업과 창의성을 기르는 4~5명 단위 프로젝트 학습과 토론·발표 수업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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