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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아저씨, 음주운전 때문에 봉사하세요?”

Los Angeles

2026.07.12 20:00 2026.07.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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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박상준/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LA시의회는 현재 15개의 선거구로 나뉘어 있으며, 각 지역을 대표하는 15명의 시의원이 주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4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도시의 규모와 복잡다단한 현안들을 단 15명의 시의원이 모두 세심하게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행정 시스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LA시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바로 ‘주민의회(Neighborhood Council)’다.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주민의회는 LA시 전역에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주민의회는 15개 지역구에 총 99개가 운영되고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 기구다. 주민의회는 시의회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수많은 지역 현안과 민원을 논의하고,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시의회나 시 정부에 직접 전달해 시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행정 조력 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인타운 지역에도 2개의 주민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와 ‘윌셔 코리아타운 주민의회’다. 나는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에서 16년 이상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으며, 의장직을 맡은 것도 12년이나 됐다.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관할 지역은 동서로 110번 프리웨서에서 노먼디 애비뉴, 남북으로는 올림픽 블러바드와 10번 프리웨이 사이로 주민 대다수가 히스패닉계다. 나는 한인들이 그들의 생활과 문화, 관습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이웃’으로 포용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간혹 주민의회 정기 미팅을 주재하기 위해 의장석에 앉아 있다 보면, 회의장에 들어서는 일부 한인의 조심성 없는 언행에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타인종 주민도 많이 참석한 공식적인 자리임에도 한국말로 “어, 한국 사람이 가운데 앉아 있네?”라는 말을 툭 던지는 것도 그런 경우다.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동포에게 격려는 못 할망정, 같은 동포라는 이유로 거친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 모습은 참으로 씁쓸하다. 이는 주민의회가 어떤 기관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예의도 결여된 부끄러운 언행이다.
 
지역사회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주말에 거리 청소 봉사를 진행할 때가 많다. 안전을 위해 형광 안전 조끼를 착용하고 교통경찰의 보호 아래 히스패닉계 주민의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거리를 쓸고 있으면, 지나가던 한인들로부터 황당하고도 답답한 질문을 받곤 한다.
 
“아저씨, 혹시 음주운전에 걸린 벌로 거리 청소하시는 거예요?”
 
참으로 실소가 나오는 순간이다. 이러한 해프닝은 주민의회의 역할이 아직도 한인 사회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 많은 한인이 한국의 정치 소식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발을 딛고 사는 미국의 지방 행정에는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의 방증으로도 보인다.  
 
바쁜 이민 생활에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알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주민과의 소통에는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인 사회가 주민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쁜 일상이지만 이웃과의 소통과 문화적 교류에 조금만 더 온기를 더해보자. 주류사회 참여의 시작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가 사는 지역의 ‘주민의회’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

박상준 /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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