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뉴욕타임스(NYT)는 한 사립대학의 약진을 다루며 “돈과 인재로 위상을 높인다”는 제목을 붙였다.
주인공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였다. 코카콜라의 전설적 경영인 로버트 우드러프가 1억 달러 넘는 기부금을 내놓으면서 지역 명문 수준에 머물던 이 학교는 전국 단위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미국 고등교육기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였다. 투자는 곧 숫자로 증명됐다. 1980년 3900명이던 지원자는 1990년 6300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한 해 4만 명이 넘는다. 신입생 평균 SAT 점수는 1984년 1138점에서 1995년 1234점, 2022년에는 1500점 가까이로 뛰었다. 시험 체계 변화와 점수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가파른 상승이다.
올해 입시 결과는 이 흐름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2026년 가을학기 입시에는 모든 전형을 통틀어 4만 3269명이 몰려 전년보다 5000명 넘게 늘었다.
에모리대는 이 중 5317명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본교인 에모리 칼리지 합격생이 3679명, 애틀랜타에서 45분 거리에 있는 옥스퍼드 칼리지 합격생이 2726명이며, 두 곳 모두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도 1088명에 달했다. 전체 합격률은 12.3%다.
조기 전형인 얼리 디시전(ED) 경쟁은 더 치열했다. ED1에는 역대 최다인 3593명이 지원해 1041명, 약 29%가 합격했다. ED2 합격률은 이보다 낮은 10~12% 수준이다. 문을 통과했다. 성적표만 보면 합격생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2025년 가을학기에 등록한 신입생의 평균 고교 GPA는 3.84, 76%가 3.75 이상이었고 17%는 4.0 만점이었다. 84%가 졸업반 상위 10% 안에 들었고, 98%는 상위 25% 이내였다. 합격생들의 중간 50% SAT 점수는 1480~1520점이었다. 참고로 에모리대는 ‘테스트 옵셔널’이다.
그러나 에모리대가 스스로 강조하는 지점은 숫자가 아니다. 학교 측은 모든 지원서에 진정한 의미의 ‘홀리스틱 리뷰’를 적용한다고 말한다. 입학사정관들이 보는 것은 성적만이 아니라 예술, 봉사, 의학 연구, 창업처럼 학생이 무엇에 진심으로 몰두했는지, 그리고 그 열정이 학교와 가족, 지역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다.
실제로 평가표에서 ‘매우 중요’로 분류되는 항목은 수업 난이도, GPA, 추천서, 과외활동, 특별한 재능, 인성 등 여섯 가지이며, 시험 점수와 에세이, 봉사활동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요’ 항목에 머문다.
흥미로운 대목은 에모리대가 ‘관심도(demonstrated interest)’를 공식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캠퍼스 방문이나 설명회 참석 여부가 당락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등록률이 50%를 밑돈다는 현실은 또 다른 신호를 준다. 합격시켜도 절반 이상이 다른 학교를 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SNS 팔로우나 온라인 설명회 참여처럼 가벼운 관심 표현이라도 해두는 편이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평가에 안 잡혀도 학교를 향한 진심은 어딘가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전체 합격생 가운데 12%가 가족 중 처음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받는 ‘퍼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사실도 눈에 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입시 흥행에 목매던 학교가 이제는 출신과 배경이 다른 학생들을 끌어모으며 캠퍼스의 다양성까지 신경 쓸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에모리대만의 독특한 이중 캠퍼스 구조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원자는 커먼앱이나코얼리션 앱을 통해 애틀랜타 본교인 에모리 칼리지와 약 45분 거리의 옥스퍼드 칼리지 중 한 곳만 택할 수도, 두 곳 모두에 동시에 지원할 수도 있다. 학교가 단일한 입학 통로보다 여러 갈래의 문을 열어두는 전략으로 지원 풀 자체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에모리대의 30여 년은 돈이 학문적 위상으로, 위상이 다시 선발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거액의 기부 한 번이 학교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 돈을 교육과 연구의 질로 꾸준히 전환해낸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하이 리치’ 대학이라는 평판이 만들어진다. 지금 에모리대를 바라보는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질문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