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 하는 김주형. [사진 PGA 투어 인스타]
김주형이 1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인근 르네상스 골프장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6언더파 64타를 기록,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호주 교포 이민우를 2타 차로 제쳤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은 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하며, 로리 매킬로이와 스코티 셰플러 등 세계 최강자들이 총출동하는 메이저급 대회다. 이 큰 무대에서 김주형은 통산 4승째를 수확했다. 24세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매우 빠른 페이스다. 그러나 2023년 10월 세 번째 우승 이후 이번 우승까지의 길은 매우 험난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후 김주형은 눈물을 닦았다.
2022년 가을, 김주형은 PGA 투어의 센세이션이었다. 그 디딤돌이 바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었다. 당시 KPGA를 떠나 과감한 도전에 나섰던 그는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차의 도움으로 이 대회에 참가해 3위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PGA 투어 직행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PGA 투어에서 그의 활약은 신드롬에 가까웠다. 20세 3개월의 나이에 순식간에 2승을 달성했다. 타이거 우즈(20세 9개월)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현지 언론과 PGA 투어는 그를 우즈와 비교하며 “장차 세계 1위를 할 재목”이라고 보도했다.
스포츠스타에게 너무 이른 성공과 관심은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불운도 겹쳤다. 2024년 8월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최종 라운드 버디 홀인 파5 16번 홀에서 보기를 한 후 남은 두 홀에서 연속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결국 페덱스 랭킹 51위로 밀려나며 50위까지 주어지는 2025년 시그니처 대회 전 경기 출전권을 잃었다. 2024년 김주형은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파리 올림픽, 프레지던츠컵, 히어로 월드 챌린지 등 결정적인 고비마다 번번이 셰플러에게 막혀 돌아섰다. 2024년의 셰플러는 전성기 타이거 우즈를 연상케 하는 절대강자였다. 김주형과는 생일도 같고 평소 성경 공부를 함께할 만큼 절친한 친구였으니 그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이후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어드레스 후 몸이 굳어버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차례로 잃었고 내년 투어 카드조차 기약할 수 없는 어둠의 시간이었다.
프로골퍼 김주형과 아내 이서연씨. [사진 김주형]
반전의 계기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찾아왔다. 지난해 말 반려자 이서연씨를 만나 가정을 꾸린 것이 삶의 단단한 주춧돌이 됐다. 내려놓음을 강조하는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몽골과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자란 이씨는 강인한 내면으로 김주형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기술적으로는 올해 2월 타이거 우즈의 옛 스승인 세계적인 교습가 션 폴리와 손을 잡은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과거 김주형의 스윙을 모범 교재로 삼을 만큼 천재성을 높이 평가했던 폴리 코치는 사제 관계를 맺은 뒤 깊은 신뢰를 보냈다.
폴리 코치는 지난달 US오픈에서 김주형이 3위를 차지한 후 SNS를 통해 “톰(김주형)은 골프에 영혼을 쏟아붓고 있다. 코치 생활 20년간 그런 집념은 본 적이 없다”고 썼다. 지난 3월 스크린 골프 리그 TGL에서는 소속팀의 탈락 위기 순간 김주형이 극적인 홀인원을 터뜨리며 팀 캡틴인 타이거 우즈와 격렬하게 포효하기도 했다.
자신을 세상에 알렸던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김주형은 투어의 중심으로 당당히 귀환했다. 김주형은 제네시스가 주최하는 해외 골프 대회의 첫 한국인 챔피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