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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렬의 과학산책] 인류가 남긴 빛의 그림자

중앙일보

2026.07.13 08:02 2026.07.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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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어느 맑은 밤, 하늘을 가르는 반짝이는 빛의 궤적을 마주할 때가 있다. 별똥별. 두 손 모아 소원을 띄워 보내려던 찰나, 그 아름다운 빛의 정체가 때로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의 잔해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 묘한 씁쓸함이 밀려온다. 별처럼 보이지만 결코 별이 아닌 이 빛들, 우리가 직면한 우주 쓰레기 문제를 상징한다. 우주 쓰레기는 그저 낭만이 빛바래는 아쉬움을 넘어 인류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 영화 ‘그래비티’가 섬뜩하게 그려낸 ‘케슬러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궤도 위의 파편들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초속 10㎞를 웃도는 맹렬한 속도로 연쇄 충돌을 일으켜 통제 불능에 빠진다. 결국 지구는 수명을 다한 기계들이 유령처럼 떠도는 잿빛 장막에 갇힌 채, 충돌과 추락의 위협 아래 위태로운 내일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별을 헤아리던 관측천문학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군집 위성과 잔해물이 천체망원경의 시야를 가로막고, 빛 공해가 우주 본연의 깊은 어둠마저 훼손한다. 지구 궤도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지만 저마다 앞다투어 위성을 띄울 뿐, 그 그림자를 걷어내는 책임은 외면해 온 ‘공유지의 비극’이다.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고 미지의 영역으로 뻗어 나가야 할 인류의 눈이,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쏘아올린 문명의 잔재에 가려 서서히 멀어가는 셈이다.

별의 가면을 쓴 이 차가운 빛들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경고한다. 지구 궤도가 돌이킬 수 없는 날카로운 파편의 바다가 될 수는 없다. 이제는 기술과 제도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탐지와 추적으로 충돌을 예방하고, 능동적인 파편 제거를 위한 공동연구와 우주 협력이 절실하다. 진정한 별빛이 밤하늘을 온전히 수놓을 수 있도록, 우주를 향한 발걸음은 끝없는 개척을 넘어 지속가능한 책임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남긴 빛의 그림자를 스스로 거두는 길일 테다.

박경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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