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테슬라는 구형 하드웨어(HW3)에서도 최신 감독형 자율주행 소프트웨어(FSD)를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V14 라이트’를 미국에서 배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일부 테슬라 차량에 감독형 FSD가 도입된 데 이어 이번 업데이트까지 발표되면서 국내 차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테슬라 FSD의 적용은 생산지와 인증 기준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안전기준을 적용받는 미국산 모델S·X 등 일부 차종은 이미 V14를 사용할 수 있다. 구형 HW3를 탑재한 미국산 모델3와 Y 역시, 테슬라가 V14 라이트의 글로벌 배포를 지난 10일 시작하면서 국내 사용도 가능하게 되었다.
반면 국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모델3와 Y는 FSD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유럽 기준을 반영한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과 별도 인증 문제로 인해, 허용 여부와 도입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900만원이 넘는 FSD 옵션을 미리 구매하고도 생산지 차이만으로 기능을 쓰지 못하는 일부 차주들의 집단소송은 이 구조적 모순을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국제 기준 문제가 있다.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는 운전자가 책임을 유지하는 ‘감독형 자율주행’에 적용되는 국제 규정이다. 지난 6월 26일 유엔 산하 기구가 개정안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업계에서는 한국도 더는 논의를 미루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한 언론이 국토교통부가 테슬라 FSD를 감독형이 아니라 조건부 자율주행(레벨3)에 가깝다고 보고, DCAS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즉각 부인했지만, 동시에 테슬라 FSD의 적용 확대 시기는 ‘미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레벨3로 분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 허용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상충하는 두 입장이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가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미 FTA 덕에 테슬라는 한국에서 별도 인증 없이 즉시 판매할 수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아무리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 안전기준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선진 기술일수록 즉시 개방해 경쟁을 부추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쟁에 노출돼야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도 빠르게 향상된다는 ‘메기 효과’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큰 금액을 지출한 테슬라 구매자들의 불만은 정부와 국내 기업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미정’은 결정이 아니라 미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