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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의 문화노트] 진짜 응원은 경기 너머에 있다

중앙일보

2026.07.13 08:12 2026.07.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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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문화선임기자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노르웨이가 북중미 월드컵 8강에서 탈락하면서 틈새 즐거움도 하나 사라졌다. 경기장을 뒤흔들던 그들의 ‘노젓기 응원’ 말이다. 수백, 수천 명이 북소리에 맞춰 일제히 양팔을 당기며 “루르(Ror·노를 저어라)”를 외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심지어 노르웨이 의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하나 돼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표팀 에이스 엘링 홀란의 바이킹 콘셉트 화보까지 더해지면서 수백 년 전 바다를 누빈 바이킹 전사들이 2026년 축구장에 되살아났다.

2002년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대~한민국’ 구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상징이 된 부부젤라가 그랬듯, 응원은 한 사회에 대한 가장 압축적인 문화 해설서다. 노르웨이를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 잉글랜드를 보라. 선수들과 수만 명의 팬들이 한목소리로 합창한 ‘헤이 주드(Hey Jude)’와 ‘원더월(Wonderwall)’은 영국이 비틀스와 오아시스를 낳은 나라임을 새삼 일깨웠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과 세계적 브릿팝이라는 문화유산이 만나면서 경기장은 거대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 축구팬들이 뉴욕 유람선에서 ‘노젓기 응원’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 축구팬들이 뉴욕 유람선에서 ‘노젓기 응원’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류는 오래전부터 함께 노래하고, 같은 박자를 맞추고, 같은 몸짓을 반복하며 공동체를 확인해왔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이를 ‘집합적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 불렀다. 종교의식도, 축제도, 노동요도, 군가도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브라질의 삼바 응원, 멕시코 팬들의 민요 ‘시엘리토 린도(Cielito Lindo)’ 합창은 그 공동체가 무엇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어떤 정서를 공유하는지 드러낸다. 부산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아~ 주라!” 구호를 제1 항구 도시 특유의 호방한 풍류와 떼놓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외치느냐는 결국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의 문제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응원 구호 논란이 씁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를 가장 멋지게 말해야 할 자리에 ‘너희는 이런 존재’라며 상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언어가 들어섰다. 상대를 깎아내리며 결속하는 공동체는 순간의 흥분은 만들지 몰라도 오래 지속되는 자부심은 끌어내지 못한다.

축구 경기는 90분이면 끝난다. 승리의 환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제 내린 눈’이 된다. 오래 기억되고 우리 몸이 반응하는 건 경기장을 메웠던 노래와 함성이다. 응원은 한 공동체가 스스로를 가장 큰 목소리로 세상에 소개하는 문화다. 무엇을 함께 외칠 것인가는 결국 어떤 공동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의 문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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