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병(단기사병) 출신 안규백 장관이 지난해 인사청문회에 병적(兵籍)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을 때부터 수상했다. 병무 기록 미공개 국방부 장관이란 비유하자면 세금내역서를 제출하지 않는 국세청장 아닌가. 지난 6일 김영수(예비역 해군소령) 국방권익연구소장의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안 장관 논란은 탈영(군무이탈) 의혹으로 비화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선 삼군 통합사관학교를 반대하는 이들의 반격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국방개혁이 중요한들 탈영 의혹에 휩싸인 국방부 장관을 어떤 국민이 납득할까. 게다가 “거짓이라면 형사처벌을 받겠다”며 나선 김 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군납 비리를 폭로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군의 부조리를 들춰내 왔다. 신뢰성 높은 공익제보자라는 거다. 무엇보다 안 장관의 해명은 들으면 들을수록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① 두 번 전역, 가능한가=전북 고창 출신의 안 장관은 1983년 11월 5일 방위로 입대해 35사단 예하 고창대대 대산면중대에서 복무했다. 당시 방위 복무 기간은 14개월. 정상적이라면 85년 1월 4일 소집해제돼야 했지만, 병역증명서엔 85년 8월 31일 소집해제(22개월 복무)된 것으로 나온다.
그의 해명은 이렇다. “85년 1월 제대한 거 맞다. 다만 복무 시절 어머니가 군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한 게 문제가 돼 내가 서너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그게 근무일에 포함이 안 됐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제대하고 대학(성균관대)에 복학한 85년 6월에 들었다. 그래서 (여름)방학 때 며칠 더 복무하고 그게 산입돼 ‘85년 8월 제대’로 표기된 거다.”
방위 복무 기간 8개월 늘리려면
전역 두번 해야 하는데 비상식적
병적 자료 공개 없이 의혹 못 피해
결국 복무 기간이 8개월 늘어난 건 전역을 두 번 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하지만 병역법상 일단 전역된 예비역이 다시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법령·규정은 없다. 무엇보다 병역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강행 법규’이므로 행정기관이나 군부대가 임의로 기간을 조정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안 장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당시 육군본부는 안 장관에게 방위병 소집해제 인사명령(85년 1월)→소집해제 취소 인사명령(6월)→방위병 재소집 인사명령(6월)→방위병 재소집해제 인사명령(8월) 등 총 네 차례의 인사명령을 내려야 했다. 해당 인사명령서는 육본에 남아 있을 터. 현재 안 장관의 85년 1월 전역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자료는 성균관대 학적부다.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무고함을 피력하기 위해 공적 기록(병무자료)은 숨기고, 민간 자료에 의존한다는 점도 ‘웃픈 현실’이다.
② 병적 기록 정정 왜 안 했나=거듭된 압박에도 안 장관은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40년 전 잘못된 기록을 공개한다면 오해만 더 키운다”는 이유다. 자신을 “병무행정의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본인 자료에 오류가 있음을 2016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이 지난 4월 9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로비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 내부고발 익명신고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건 역으로 지난 10년간 수정할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하지만 안 장관은 여태 한 번도 정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병무 정정은 일반인도 관련 서류만 채비하면 진행할 수 있는데, 국방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회 국방위원을 10년 이상 해 온 안 장관으로서는 쉽게 할 수 있었을 터. 결국 안 장관이 오류라는 자신의 병무기록을 그대로 둔 건 손대기엔 너무 큰 공사여서가 아닐까. 이와 관련, 김 소장은 “안 장관 탈영 기록은 인사명령서(구금), 헌병대 수사보고서, 기무부대 존안자료 등에 등재돼 있기에 이 모든 것을 삭제하지 않고는 없앨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 장관은 지명 때부터 64년 만의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 화제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반면교사 삼아 군에 대한 민간 통제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읽혔다. 취임 후 전작권 전환, 정보기관 개편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탈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국방부 장관을 계속할 수 있을까. 군 문제는 그저 버티고 뭉갠다고 지나갈 사안이 아니다. 병역을 기피했던 가수 유승준은 24년째 대한민국 땅을 못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