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가 어제 진행된 2차 공판에서 성범죄 목적의 살인을 자백했다.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이다. 장윤기는 사건 당일인 5월 5일 경찰에 체포된 뒤 2차 공판까지 “자살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려가려 했다”며 살인 행위가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장윤기가 강간 목적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 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면면이 드러나면서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검찰의 보완수사로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다. 경찰의 초동 수사는 부실했고,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와 담당 수사팀의 유착과 조직적인 증거 인멸 및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공분하는 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촘촘하게 걸러졌어야 할 증거 확보와 혐의 입증, 공정한 법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왜곡됐다는 사실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여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으로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할 때다. 그동안은 경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거나 추가 혐의가 포착되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영장을 재청구하며 유기적으로 대응했지만, 경찰 수사의 허점을 보완하고 견제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이런 우려로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시민단체는 검찰 보완수사권까지 없애는 여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는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보완수사 존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장윤기 사건이 촉발한 반대 여론에도 여당 지도부와 강경파는 검찰 보완수사권 ‘닥치고 폐지’를 고수 중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100%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장윤기 사건이 1년 내내 나오는 건 아니다. 검찰이 이슈를 만들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법 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인권,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억울한 국민을 만들지 않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없애겠다는 닥치고 ‘검수완박’은 여당의 사법 폭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