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빚투’와 쏠림, 관리 실패가 빚어낸 증시 폭락

중앙일보

2026.07.13 08:26 2026.07.13 16:2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어제 코스피 지수가 8.95% 급락하며 7000선을 내줬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10.70%)와 SK하이닉스(-15.37%)가 나란히 두 자릿수 폭락하며 또 한번의 ‘블랙 먼데이’가 연출됐다.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에다 중동전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영향이다. 하지만 같은 날 일본(-1.92%)이나 대만(+0.06%) 등 다른 아시아 증시의 상황은 폭락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 증시의 반도체 쏠림이 워낙 큰 탓에 조그마한 충격에도 지수 자체가 크게 출렁이는 것이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급락해 2개월여만에 7,000선을 내줬다. 전민규 기자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급락해 2개월여만에 7,000선을 내줬다. 전민규 기자


기록적인 변동성에는 취약해진 수급 기반도 한몫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에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로 수익 실현에 나선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홀로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빚투’도 급증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인 신용융자잔고는 지난해 말 27조원에서 최근에는 37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도 5~6월 3조원 이상 급증했는데 금융권에선 이 중 상당 금액이 증시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빌려 산 주식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증권사가 강제로 내다 파는 반대매매도 연초의 4배 수준까지 급증했다. 변동성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다시 변동성을 키우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말 등장한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기름을 부었다. 투기성 짙은 이 상품의 거래가 전체 ETF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과열되며 시장의 진폭이 커졌다. 실제로 6월 이후 종가 기준으로 지수가 4% 이상 널뛰기한 게 14거래일에 달한다. 이 중 4거래일은 하루 등락률이 8%를 넘었다.

연초 이후 빚투에 대한 경고와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당국은 과열을 진정시킬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는 악수를 뒀다. 결국 최근의 증시 급등락은 쏠림과 과열, 그리고 관리 실패가 겹치며 빚어진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이 돌아오긴커녕 국내 투자자마저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릴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당국은 빚투를 억제하고 투기성 파생상품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