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승리의 눈물은 흘려도 땀은 흘리지 않는다. 12일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북중미 월드컵 최고 스타 메시의 경기를 이렇게 묘사했다.
메시는 전체 경기 시간의 63%를 산책하듯 걸어다닌다. 심지어 25%는 서 있는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메시가 조깅한 시간은 8.6%로, 선수 평균(23%)을 한참 밑돈다. 러닝은 2.8%, 스프린트는 고작 0.1%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메시가 이번 월드컵 다섯 경기에서 총 3만5868m를 뛰었는데, 그중 64%(2만2958m)는 시속 0~7㎞ 사이의 느린 걸음이었다고 전했다. 카보베르데와의 32강전에서 후반 15분 동안 메시가 달린 시간을 단순 측정하면 단 51초다. 90분으로 환산하면 고작 5분간 달린 셈이다.
다섯 경기 고속 러닝(시속 약 20~25㎞ 달리기) 횟수는 총 298회로, 잉글랜드 해리 케인(600회)의 절반 수준이다. 메시는 “어린 시절 달리기 훈련 때 나무 뒤에 숨어 있곤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렇게 적게 뛰는데도 출전선수 618명 중 득점 공동 1위(8골)다. 공격 지역에서 볼터치 횟수 3위, 결정적인 찬스 창출 3위(15개)다. 유유히 걸어가다 골을 넣고, 질주부터 득점 순간까지 단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운데). AP=연합뉴스
게으른 메시의 비결은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발산한다는 거다. FIFA 히트맵을 보면 메시의 주 활동 무대는 센터서클과 페널티 에어리어 사이의 오른쪽 안쪽 지역이다. 그의 스프린트는 71%가 공격 지역, 21%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이뤄졌다. 철저히 득점 기회에서만 달렸다는 증거다.
현대 축구는 빠른 템포와 압박이 요구되는데, 39세인 메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마치 경기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어슬렁거리지만, 실은 경기에 가장 몰두한다.
FC바르셀로나 스승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는 10분이 지나면 눈과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 수비진의 약점이 어디인지 파악한다”고 전했다. 메시를 21차례 상대했던 프랑스 수비수 라파엘 바란은 “상대 미드필더, 풀백, 중앙수비 중 누가 막아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얄궂은 지역으로 침투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물론 메시도 필요하면 뛴다. 이집트와의 16강전 0-2로 뒤진 마지막 15분간 10대 시절로 돌아가 아홉 차례나 가속 드리블을 시도했다.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는 메시. AP=연합뉴스
메시 중심의 전술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시데펜덴시아(메시+극심한 의존증)’라고 표현했다. 해당 전술이 먹히려면 나머지 필드플레이어 9명이 메시 몫까지 뛰어줘야 한다. ‘호위무사’ 로드리고 데폴은 경기시간의 44%만 걸었고, 미드필더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와 엔조 페르난데스는 메시보다 1만5000m 많은 5만m를 뛰었다. 메시는 동료들로부터 존경받기 때문에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뛴다.
메시의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은 구단 유소년 선수가 메시에게 들었다는 조언을 전했다. “더 많이 걸으렴. 그러면 더 많이 보일 거야.” 어쩌면 축구를 넘어 메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인생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천재들에게 한정된 얘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