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와 K-뷰티를 앞세운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그리고 현지 창업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은 분명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충분한 법적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권리가 바로 미국 상표권(Trademark)이다.
상표는 소비자가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하는 가장 직접적인 표지다. 회사명, 브랜드명, 로고, 제품명은 모두 상표의 영역에 속하며,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이러한 브랜드 자산을 조기에 보호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 상표법은 한국과 달리 실제 시장에서의 ‘사용주의(Use in Commerce)’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출원한 자에게 권리를 주는 한국의 선출원주의와 달리, 미국에서는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사용할 진정한 의사가 있어야 출원이 가능하다. 또한 등록 후에도 계속 사용해야 권리가 유지된다.
연방상표청(USPTO)의 정식 상표등록은 미국 전역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며, 제3자의 유사 상표 사용이나 모방 제품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법적 무기가 된다.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이나 현지 스타트업에게 상표등록은 단순한 권리 확보를 넘어 사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고 마케팅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후 뒤늦게 상표 침해 경고장(Cease & Desist Letter)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브랜드를 변경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쌓아온 신뢰와 시장을 통째로 잃을 수도 있다. 인지도가 높아진 한국 기업을 겨냥해 현지 브로커들이 유사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하는 사례도 빈번하므로 사전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아마존(Amazon) 등 미국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위조품을 차단하고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는 ‘브랜드 레지스트리(Brand Registry)’ 제도 역시 USPTO 상표등록을 필수 전제로 한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를 계획하는 기업에 상표등록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운영 요건에 가깝다.
결국 상표등록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브랜드 투자를 보호하는 핵심 사업 전략이다. 등록 상표는 침해 제품에 대한 경고장 발송,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신고, 세관 단속은 물론, 라이선스나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할 때 강력한 근거가 된다. 반대로 이를 소홀히 하면 타인의 권리 침해 주장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브랜드 자산을 변경해야 하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게 된다.
미국 시장은 기회의 바다인 동시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분쟁이라는 암초를 피하게 해 줄 안전한 나침반이자 브랜드를 지켜주는 보호막으로서, 미국 상표등록은 선택이 아닌 사업의 필수 인프라로 보아야 한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첫 단추는 언제나 브랜드의 법적 권리를 단단히 매는 것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학박사•특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