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기록 공개·스필버그 영화…높아진 외계인 관심 오래전부터 고민…신학적 체계 마련도 가톨릭 "외계인이 원하면 세례 주겠다”
뉴욕주 파인 부시에서 열린 연례 UFO 페어. 이곳은 UFO가 자주 목격되는 곳으로 외계인 등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정부가 잇따라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외계 생명체를 다룬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를 개봉하는 등 외계 존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종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세상에 공개된다는 가상의 상황을 다루는데 영화가 3분의 1 정도 진행됐을 때 주인공 두 명이 갑자기 종교 이야기를 꺼낸다. 등장인물 중 가톨릭 신자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될 경우 종교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높은 존재를 믿어온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들보다 뛰어난 존재, 즉 고도로 발달한 기술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결국 “사람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지닌 철학적 의미는 매우 크지만 실제로는 세계 여러 종교의 신자들에게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주요 종교들은 오래전부터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고민해 왔고 일부는 상당히 체계적인 신학적 해답까지 마련해 놓았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윌밍턴의 다이애나 파술카 종교학과 교수는 영화의 설정과 달리 가톨릭은 오래전부터 외계 생명체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티칸 천문대 책임자들은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그중 한 명은 “외계인이 세례를 원한다면 세례를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술카 교수는 “가톨릭에서 외계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의 폴 구트야르 종교학과 겸임 교수는 다른 종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구트야르 교수는 18세기 초 저명한 청교도 성직자 코튼 매더가 다른 세계의 생명체 가능성에 대해 글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하나님은 “너무나 크고 무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세계에도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믿었다.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20세기에는 외계 생명체 논의가 크게 늘었다. 1960년대에는 유대교 랍비가 이 문제를 다룬 학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유대교 문헌은 오래전부터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해 왔다는 해석도 있다.
파술카 교수에 따르면 미확인비행물체(UFO)나 미확인공중현상(UAP)을 목격했다는 이들을 인터뷰해 보면 종교 이야기를 자주 했다. 목격자 가운데 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은 UFO 목격에도 신앙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파술카 교수는 많은 종교인들이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을 자신의 종교적 틀 안에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난 일부 무슬림 가운데 UFO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이들은 이 경험을 이슬람에서 초자연적 존재를 의미하는 '진'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했다. 진은 이슬람에서 인간이나 천사와 구별되는 초자연적 존재다
또 다른 이들은 UFO가 악마나 천사와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파술카 교수는 이러한 믿음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교회 내부에서는 논란이 됐다. 지난 6월 초 가톨릭 워싱턴대교구는 UFO는 악마라고 주장한 구마사제를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대교구의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은 이 발언이 “교회의 가르침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밝혔다. 파술카 교수는 “UFO를 악마와 연결하는 믿음은 20세기 초부터 존재해 왔다”고 설명했다.
종교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지만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외계 생명체의 존재 자체를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들은 비종교인에 비해 지적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믿는 비율이 다소 낮았다. 하지만 개신교 신자와 가톨릭 신자 대부분은 다른 행성에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백인 복음주의자는 예외적으로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에 그쳤다.
외계 생명체를 둘러싼 논쟁은 특히 기독교 안에서 치열하게 전개된다. 가장 큰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관련된 질문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었다고 믿는다. 외계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예수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도 죽은 것일까, 아니면 외계 생명체에게는 그들만의 예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적어도 1880년대가 되면 일부 기독교 공동체는 이 물음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구트야르 교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의 엘런 G. 화이트 공동 창립자가 외계 생명체와 구원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뤘다고 설명했다. 구트야르 교수는 “화이트 창립자의 핵심 주장은 지구만이 타락한 행성이라는 것이었다”며 “다른 곳에도 생명은 존재하지만 죄에 빠진 것은 지구뿐이므로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지구에서만 죽으면 충분했다”고 말했다.
화이트 공동 창립자의 신학에 따르면 우주의 다른 생명체들은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원형극장처럼 바라보며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구트야르 교수는 “인류는 하나님의 자비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우주 전체에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적 교재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