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살률 1위 국가가 된 것은 1997년의 IMF사태 이후다. 1990년도까지만 해도 한국의 자살률은 8~10 수준이었다. 즉, 인구 10만 명당 일 년에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8명 또는 10명이었다는 의미다. 자살률이 낮은 국가인 이탈리아나 아일랜드와 비슷했다.
그러나 IMF 사태로 가장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면서 한국의 1998년 자살률은 18.3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한국인 가장들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내, 자녀와의 동반 자의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그 후 2003년부터 한국의 자살률은 25~28 수준을 유지하며, 부끄럽게도 세계 1위의 나라가 되었다.
자살한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부검해 보면 80~90%가 생전에 우울·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학자들은 우울증과 자살은 별개의 것으로 본다. 어떤 요인들이 우울한 사람들을 자살까지 끌고 가는지 아직 확실히 모른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바로 이민자의 자살률이 그들의 출신국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LA지역의 한인 자살률은 15.7로 지역 전체보다 높은 것은 물론 다른 아시아계인 중국계(5.7), 일본계(5.2),필리핀계(4.2)와 비교해서도 훨씬 높다. 아울러 특정 국가의 자살률이 높아지면 그 나라 출신 이민자의 자살률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988이라는 응급 통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살 충동이나 마약 중독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주 7일, 하루 24시간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번호다. 특히 중·고교생들의 학생증에는 이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WHO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은 시니어와 학생의 자살이 많은 데 비해, 선진국은 40대 연령층의 자살이 많다고 한다. 한국도 2025년 40대의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암보다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한국의 시니어 자살률이 유독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75세 이상 자살률은 99.3으로 세계 1위인 반면, 시니어 자살률이 가장 낮은 영국은 10.4에 불과하다.
많은 국가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코로나 사태 당시 경험했던 공중 보건( Public Health) 방식이다. 즉, 상태가 심각한 환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을 살펴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고, 증상이 있으면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과거 자살률 1위 국가였던 리투아니아의 정책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리투아니아는 저소득층에 대한 관심과 생활 개선 지원, 음주 예방 교육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 강화, 폭력적 성향이 있거나 스트레스에 예민한 우울증 환자 진단과 치료 강화 등을 통해 자살률을 낮췄다.
브라질은 특별 부서까지 만들었다. 특히 생활 수준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에 관심을 기울여 가난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자살률도 많이 하락했다고 한다.
구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개혁( 페레스트로이카)’을 선언하며, 술 생산량을 대폭 줄이자 자살률도 40%나 감소했다. 그때까지 정부는 술을 팔아 재정을 확보했고, 술을 통한 오락을 장려해 국민에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한국도 자살 예방을 위해 다리나 높은 건물의 출입을 통제하고, 농약 등 독성물질의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한 섬에서 연인 동반자살 사건이 늘어나자 닥터 왕이라는 학자의 조언에 따라 세 가지 예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첫 번째가 보편적 예방법(Universal)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호텔 입구에 자살 방지 구호나, 상담 전화번호를 크게 써 놓은 것이다. 두 번째는 선택적 예방법(Selected)이다. 투숙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마음의 상태를 묻거나 대화를 한다. 그리고 호텔 주변에 경찰을 배치했다. 세 번째는 지정된 예방법(Indicated)으로 사후 처리나 심리적 부검 등을 통해 원인을 파악해 예방 교육에 활용한 것이다.
이제 한국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 대책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강화와 함께 술 소비를 줄이고, 정신과 치료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홍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