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은행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대출 금지까지는 아니지만,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이 서류미비자들의 소득 안정성과 상환 능력을 더욱 엄격히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어서 일부 주민들에게 대출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전국신용조합관리청(NCUA)은 13일 공동 지침을 통해 금융기관이 합법적인 취업 자격이 없는 차입자에 대한 신용위험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발표한 ‘금융시스템의 신뢰 회복’으로 이름 붙여진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침은 불법 취업자의 경우 추방이나 고용 종료, 취업 허가 만료 등으로 소득이 갑자기 끊길 가능성이 커 일반 차입자보다 신용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소득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상환 능력, 담보 회수 가능성 등을 더욱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금융기관에는 급여명세서, 세금명세서(W-2), 세금보고서, 고용주 확인서, 은행 거래내역, 취업허가 증빙 등을 통해 소득을 확인하고, 취업 자격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에도 대출 상환이 가능한지를 검증하도록 권고했다.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불법 취업자가 미국을 떠나거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경우 자동차 등 이동 가능한 담보를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서 불법 취업자 비중이 높은 대출 포트폴리오는 이민 단속 강화 시 동시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집중 위험 관리도 요구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모기지 등 소비자대출의 경우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취업을 위해 국내 합법 체류가 필수인 경우에는 이민 신분이 향후 소득 창출 능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평등신용기회법(ECOA)은 채권자가 신청자의 이민 신분을 대출 심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침은 서류미비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당국이 관련 대출의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 심사가 향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3월부터 중소기업청(SBA)은 비시민권자에 대한 SBA 융자를 불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