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바이올리니스트 도진미씨 "의사소통 시 부모 역할 절대적" 교회 장애인 부서 연주 봉사도
"다른 학생보다 어렵게 가르친 만큼 보람도 더 크다."
퓨전 바이올리니스트 도진미(어바인)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20대 남녀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ASD 증상을 가진 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제한된 관심사와 반복적인 행동 때문에 이들에게 악기 레슨을 하는 이가 드물다. 레슨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도 지도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도씨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23세 남성은 언어 구사 능력이 매우 떨어지지만, 5년 동안 노력한 끝에 어바인 베델교회 소망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교향악단의 악장이 됐다. 또 다른 20대 여성 제자도 이 교향악단에 들어갔다.
15년째 여름성경학교에서 연주 봉사를 해온 도씨는 "ASD가 있는 제자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진도가 늦긴 하지만, 함께 노력하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제자와 직접 의사소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도씨는 처음 자폐 제자를 두면서 태어난 지 40일 만에 하늘나라로 간 첫 아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기가 오래 숨을 쉬지 못하다가 남편이 마지막으로 안았을 때, 호흡을 하게 됐고 이후 집중치료실에 머물다 작별하게 됐다. 당시 담당 의사는 뇌에 산소 공급이 차단된 시간이 길어 살아나도 여러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애가 있다고 해도 가르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결혼과 함께 미국에 온 도씨는 한국에서 꽤 알려졌던 인물이다. 중앙대 음대 관현학과를 졸업한 그는 보스턴의 명문 음대 유학 사흘 전, 스키장에서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유학을 포기했다. 체코 브루노 콘서바토리 연주자 과정을 거친 후 2004년 퓨전 연주단 일렉쿠키에 들어간 그는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2007년 일렉쿠키를 나와 바이올린을 들고 무작정 중남미 여행을 떠난 그는 현지인들과 어울려 연주하던 중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주엘살바도르 한국 대사의 초청으로 1500석 규모 콘서트 홀에서 공연을 했다.
2009년 도씨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엘살바도르의 연인, 도진미'가 KBS에서 방송된 이후 그는 공연도 여러 차례 가지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신라대 음대 외래 교수를 역임했고, 재능대학교 강단에도 섰다. 부산 보훈청 홍보대사도 지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현지에서 만난 이들과 어울려 공연을 갖곤 했다. 활동명은 사라토미다.
결혼 후 어바인에 둥지를 튼 도씨는 지금도 기회가 있으면 무대에 오른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OC지부는 6월 초, 도씨 초청 연주회를 열었다. 도씨는 6월 말 방문한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현지 외교관 주선으로 공연했다.
과거 '엘살바도르의 연인'으로 불렸던 도씨는 이제 남편, 두 아들과 함께 OC 장애인의 바이올린 스승으로 살고 있다.
도씨는 "좌절과 고통이 너무 컸기에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앞으로도 장애를 가진 이들이 바이올린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