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지금] ⑧권오근 대표 정통 사워도우빵 ‘모세 빵집’ 천연 발효종으로 5일간 숙성 “혀보다 몸이 즐거워하는 빵”
SAT 강사, 병마딛고 인생 2막 예순에 제빵 시작…최고 빵집에 사람 키우는 제빵이 다음 목표
모세 빵집의 권오근 대표가 직접 만든 사워도우 바게트를 들고 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세 빵집의 빵.
샌타애나에 있는 사워도우(Sourdough) 전문 베이커리 ‘모세 빵집’의 빵은 한 덩어리가 완성되기까지 꼬박 5일이 걸린다.
사워도우는 인스턴트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뜻한다. 밀가루·물·바닷소금·천연효모, 단 네 가지 재료로 오래 발효시키기 때문에 건강한 빵이라고도 불린다. 모세 빵집의 권오근(69) 대표가 “우리는 혀보다 몸을 즐겁게 하는 빵을 만든다”고 말한 이유다.
빵 종류도 단 한 가지다. 모양과 속재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긴 하지만 판매하는 모든 빵은 결국 사워도우다.
그 ‘속 편한 빵’을 찾는 손님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 원래는 타인종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중앙일보에 광고가 나간 뒤 한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량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빵이 동나는 날도 많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영업 시작 2시간만에 빵이 다 팔리고 없었다. “광고 보고 왔는데 왜 빵이 없느냐”는 항의에 미안하기만 하다. 방부제를 쓰지 않으니 미리 많이 만들어 둘 수 없다.
사실 권 대표가 제빵을 시작한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빵을 만들기 전에는 SAT 영어 강사였다. 1999년부터 어바인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인생이 바뀐 건 2012년 11월 24일 새벽 원인 모를 질병으로 쓰러지면서다. 2년 뒤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심장혈관에 스텐트를 8개 삽입하고 겨우 살아났다. 그때 이미 당뇨는 30년째 진행 중이었다.
그가 음식을 파고들기 시작한 계기다. 여기저기 책과 자료를 뒤지다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좋은 제빵사는 밀에서 설탕을 끌어낸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서 파고들어 갔더니 결국 ‘발효’라는 답에 닿았다. 그가 사워도우와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2017년 작은 공방을 만들어 빵을 구워 주변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딴 모세 빵집은 예순의 나이에 그렇게 출발했다.
전환점은 2020년 팬데믹이었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처음으로 빵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고 취미처럼 시작한 제빵은 어엿한 ‘비즈니스’가 됐다.
그리고 불과 2년만인 2022년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체 ‘럭스 라이프(Lux Life)’는 미국 최고의 사워도우 베이커리로 모세 빵집을 소개했고, OC레지스터가 선정한 10대 베이커리에도 이름이 올랐다. 그 무렵부터는 빵을 굽는 족족 매진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타협하지 않는다”다. 발효 과정과 재료에 관한 그의 신념이다.
사워도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 방법도 명확하다. 재료 리스트에 밀가루·물·소금·천연효모 네 가지 외에 다른 것이 들어가 있다면 이미 정통 사워도우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는 한 고객이 “내일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을 받는데 이 빵을 먹고 힘내겠다”고 했을 때다.
권 대표의 다음 목표는 매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제빵 기술과 철학을 전하는 일이다.
“빵을 어떻게 만드는지만 가르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왜 이런 재료를 쓰는지, 왜 닷새를 기다려야 하는지 그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은퇴 후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도 기술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SAT 학원 원장이 심근경색을 딛고 사워도우 장인으로 인생 2막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그가 굽는 빵에 5일이 걸리는 것쯤은 사실 짧은 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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