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강사 출신의 작가 지은정(52)씨는 신혼 시절 매번 남편과 집안일로 다퉜다. 현관문 앞에 쓰레기 봉지를 내놓으면, 남편이 출근길에 어련히 들고 가 버릴 거란 기대가 문제였다. 남편은 쓰레기 봉지를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 몸만 빠져나갔다. 왜 그냥 가냐고 물으면 남편은 “무슨 봉지? 난 못 봤는데…”라며 남 일처럼 말했다.
남편이 지씨를 대하는 태도도 문제였다. 함께 외출하면 남편은 항상 지씨보다 앞서 걸었다. 아무리 “같이 가자” 불러도 돌아보지 않았다. “당신 대체 왜 그래?”라는 질문에, 남편은 “내가 뭘?”이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항상 벽 앞에서 혼자 떠드는 기분이었어요. 남편은 제가 어떤 말을 해도 공감하거나 수긍하는 법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매번 제 목소리만 커지고,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결국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영어 강사 출신인 작가 지은정씨는 결혼 20년 차에 남편의 자폐를 알게 되며, 부부 관계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의 책『같이 살아도 다른 세계를 산다면』에는 남편의 자폐 성향과 동행하게 된 7년여의 과정이 담겨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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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자폐, 아무도 몰랐던 이유
」
Q :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결혼 생활이 힘들었다고요.
결혼하고 석 달도 안 돼 문제를 느꼈던 거 같아요. 남편이 집안일에 너무 무관심했어요. 어느 날은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는데 손에 우산이 들려 있더라고요. “갑자기 비 온다”면서요. 그날 제가 밖에 빨래를 널어놨었거든요. “빨래는? 좀 걷어오지”라고 했더니 “무슨 빨래?”라면서 그냥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거예요. 제가 차려주지 않으면 밥도 안 먹고, 집이 아무리 더러워도 치우는 법이 없어요. 시간이 갈수록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라는 생각이 커졌죠.
Q : 그저 집안일에 유달리 무신경한 일반적인 남편 같기도 하네요.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어요. 어떻게든 맞춰 가면 된다는 생각에 많이 싸우기도 하고, 저 자신을 고쳐 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말투도 부드럽게 바꾸고 거울 보고 웃는 연습도 하면서 상냥해지려고 연습도 엄청나게 하고요. 그러다 화가 나면 내 빈자리를 느껴 보라고 짧은 가출도 해봤고요. 아예 날 잡고 남편을 앉혀 놓고는 논리적으로 세세하게 설명도 해봤어요. 그런데 어떤 방법을 써도 ‘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남편은 제 말의 의미를 전혀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벽처럼 앉아서 “대체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방어적인 태도만 보이더라고요. 대화라는 게 불가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