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거주 가구, 월드컵 기간 시세보다 저렴한 토론토 다운타운 숙소 예약했으나 현장은 완전히 딴판
따뜻한 조명·고급 가구·황금색 욕실 수전 등 온라인 사진과 달리 실제는 노후하고 안전 장치도 허술해 분통
전문가들 “생성형 AI 기술 대중화로 초보자도 쉽게 정교한 가짜 사진 제작… 플랫폼 규제 법안 시급”
광역 토론토(GTA) 일대 부동산 시장과 단기 임대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노후한 숙소를 초호화 매물로 위장하는 이른바 ‘AI 생성 사진 사기’가 현실로 나타나며 소비자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오타와에 거주하는 포울과 크리스틴 맥밀런 부부는 최근 호주 유학 시절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토론토 다운타운을 방문하는 딸을 위해 에어비앤비(Airbnb) 숙소를 대신 검색해 주었다. 던다스 스트리트 웨스트와 스파다이나 애비뉴 인근의 한 매물은 따뜻한 간접 조명과 세련된 식물 배치, 그리고 황금빛 수전이 빛나는 현대식 욕실 사진을 내걸어 맥밀런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2026 FIFA 월드컵 특수로 토론토 시내 숙박비가 폭등한 상황에서 3박에 총 616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완벽한 선택처럼 보였다.
화려한 그래픽과 칙칙한 현실의 극단적 괴리… 피해 가족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한 딸이 보내온 현장 사진을 본 부부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광고 속 고급스러운 회색 페르시아 양단 카펫과 세련된 보태니컬 액자, 수많은 실내 식물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곳은 욕실이었다. 은은한 조명이 내장된 거울과 브러시드 골드 소재의 최고급 수전이 있던 자리에는, 빛바랜 거울과 반투명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투박하고 저렴한 은색 수도꼭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크리스틴 맥밀런 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빈집을 매매할 때 가상 가구를 배치하는 가상 스테이징(Virtual Staging) 기술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나쁜 의도로 악용해 가짜 방을 창조해 낸 것이 확실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위생뿐만 아니라 안전 상태도 심각해 숙박 기간 중 방 문고리 자물쇠에 열쇠가 걸려 빠지지 않아 밤새 열쇠를 꽂아둔 채 공포에 떨며 잠을 청해야 했다.
토론토대 데이터 연구소 “정교한 스튜디오급 사진과 ‘유령 호스트’ 계정 경계해야”
토론토 대학교 정보학부 산하 인간중심 데이터과학 연구소장인 숀 구하 조교수는 이번 사건의 이미지들을 정밀 분석한 뒤 “생성형 AI 도구들이 과거와 달리 저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사기꾼들이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대중을 완벽하게 기만하는 이미지를 양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하 교수는 일반인이 AI 사기 매물을 걸러낼 수 있는 핵심 redox 플래그(위험 신호)로 '호스트의 이름 명시 여부'를 꼽았다. 실제 맥밀런 가구가 예약한 숙소의 호스트 이름은 개인 명이 아닌 ‘따뜻한 다운타운 스위트(Warm Downtown Suite)’라는 일종의 임시 플레이스홀더(가명)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본인의 실명과 얼굴 사진, 그리고 다년간의 누적 리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만, AI 사기꾼들은 정체불명의 수식어구 계정명과 셀프 체크인 방식만을 내세우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언론 취재 시작되자 뒤늦게 전액 환불한 에어비앤비… 소극적 플랫폼 대처에 여론 매스컴 뭇매
더 큰 문제는 사후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맥밀런 가족의 딸이 집으로 돌아온 후 공식 이의를 제기했을 때, 에어비앤비 고객센터는 기술적 사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으며 서비스 수수료와 세금 등은 환수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현지 유력 언론사들이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하고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플랫폼 측은 그제야 해당 매물의 사진이 실제 유닛과 명백히 불일치함을 인정하고 숙박비 616달러 전액 환불 조치와 함께 해당 리스팅을 잠정 폐쇄했다. 크리스틴 맥밀런 씨는 “소비자가 AI 조작 사진에 속아 피해를 입었는데도 대기업이 언론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모습에 깊은 환멸을 느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디지털 조작 고지 의무화 법안 발의… 캐나다도 경쟁법 및 소비자보호법 정비 절실
현재 캐나다 현행법상 허위·기만 광고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으며,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의 속도를 입증하기에는 기존 법령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로펌 가디너 로버츠의 스티븐 틸 파트너 변호사는 온타리오주 소비자보호법에 이러한 디지털 사기 행위를 다룰 수 있는 명확한 세부 조항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부동산 중개인, 임대업자, 브로커가 디지털 기술로 조작하거나 수정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이를 반드시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소비자 보호 법안’을 발의했다. 캐나다 연방 및 온타리오주 정부 역시 무방비로 노출된 디지털 상거래 생태계에서 무고한 예약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하루빨리 법적 고지 의무화 제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