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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나홀로 필살기

Chicago

2026.07.14 12:35 2026.07.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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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

이기희

나를 섬기지 않으면 아무도 날 안 챙긴다. ‘집에서 새는 박은 밖에서도 샌다.’ 무학 출신 울 엄니 김해연 여사 개똥철학이다. 어머니는 보물처럼 딸을 아끼셨다.  
 
아낙들은 “집안 일 하나도 안 가르치고, 시집은 우째 보낼라 카노”라며 걱정하는 척 말한다. 생활의 달인이 밀릴 소냐! “코나 흘리고, 공부 못하는 당신 딸 건사나 잘 하소. 내 딸은 남의 머리에 든 글도 잘 깨우치는데, 그깟 살림 못 배우겠소.”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내 평생 목표는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뒷배가 있으면 마음이 푸근하다. 살면서,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니편 내편 안 가리고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어릴 적 멍 때리며 걷다가 잘 넘어졌다.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엎어져 멀리 엄마가 보고 있으면 엄살 부리며 크게 울었다. 엄마가 안 보이면 툴 툴 털고 일어났다.
 
자식들이 출가해 믿을 구석도 줄었다. 찐하게 내 편이 돼 줄 뒷배조차 오리무중이다.
 
여름방학 맞아 뉴저지 사는 딸과 사위, 손자 손녀들이 다녀갔다. ‘손님과 생선은 3일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를 교양 있게(?) 견디며 일주일 동안 잘 버텨내는데 성공했다. ‘손주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친구 말은 정설이다. 7살, 9살 된 손주들이 얼마나 설쳐대는지 정신이 혼미했다. 문제는 아이들 언어를 잘 알지 못하는데 있다.  
 
그 뿐이랴! 매일 할머니 미술 학교 운영하며 그림 공부 가르치느라 녹초가 됐다. 2년 전 손주 넷으로부터 무보수 주문(Consignment)을 받았다. 다행히 아들 집 손녀들은 무지개와 바다, 나비를 주문했다. 공짜로 즉각 진품(Original)을 그려 보냈다.
 
문제는 별난(?) 딸 자식들! 손녀는 ‘북극광 오로라 (Nothern lights)’를 주문했다. 노르웨이 갔을 때 잠시 본 적이 있지만 기억이 묘연하다. 7살 손자 주문은 피를 말린다. 구름 떠도는 하늘, 해변의 Plam Tree, 바다 거북이. 본 적 없는 거북이를 그려 달라니?
 
“크리스 애들 그림은 보내고 우리 애들 그림은요?” 까딱하다 가족 분쟁이 생길 조짐이다. 3일동안 거북이 그리는 연습을 했다. 애들이 도착하기 전 후다닥 공짜 주문을 완성했다. 손주가 거북이를 고양이 같다고 하면 망신살. “할머니 진짜 유명한 화가네.” 인증 샷!
 
팔은 안으로 굽는다. 뒤로 재끼면 부러진다. 가족은 같은 쪽으로 한 배를 타야 항해가 수월하다. 출가한 자식은 남이다. 내 속에서 나왔어도 남의 아내요 타인의 남편이다.
 
나이 들고 철 안 들면 망신이다. 어린애들이 미끄럼 틀에서 구르면 귀엽다. 할머니가 놀이터에서 넘어지면 주책이다. 사려 깊고 용감하며 쿨 하게 살아야 사랑받는다.
 
홀로서기에 충실하며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 존경받는다. 과도한 간섭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트린다. 나는 여태 자녀들 배우자의 직장과 직책, 월급을 묻지 않는다. 알콩 달콩 다정하게 사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행복하다.
 
“우리집 근처로 이사 와요. 애들도 할머니 좋아하고. 나이 드시면 내가 돌봐야 하니까.” 딸 말에 간이 툭 떨어진다. 내가 벌써 그렇게 늙었나? 아직까지 이팔청춘인데. 딸은 동부 끝, 아들은 서부 끝 샌디에이고에 살아 견우 직녀처럼 명절에 식구가 뭉친다.
 
하루 두 끼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하고 걷기도 매일 한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건강하게 살다 편하게 죽기 위해서다. 건강식 챙겨 먹고 7시간 잠 푹 자고 스트레스 안 받고,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즐기며 산다. 옷장을 정리하듯, 불필요한 인연의 끈을 자르면 사는 것이 살갑고 편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필살기로 나홀로 살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목숨 걸고 화이팅!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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