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공화당 코커스 개표 행사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 차남 에릭 트럼프(왼쪽)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에릭 트럼프가 올해 한국을 방문해 베이스그룹 관계자들과 골프장 개발 사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상무부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 기업의 최대 투자사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지주회사에 200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공개한 연례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 베이스그룹(Base Group)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주회사에 200만 달러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재산공개 서류에는 이 돈이 ‘의향서(LOI·Letter of Intent)’와 ‘환불되지 않는 개발 수수료(nonrefundable development fee)’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베이스그룹과 트럼프 측은 NYT에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골프장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한 계약금”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스그룹은 한국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코리아알루미늄(Korea Aluminium)의 투자사다. 코리아알루미늄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알루미늄 우회 수출 여부를 조사한 이후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미국 수출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NYT는 베이스그룹이 수년간 트럼프 일가와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전했다. 2017년부터 자회사 금양인터내셔널을 통해 트럼프 와인을 한국에 독점 수입해왔으며, 올해 2월에는 에릭 트럼프를 서울 본사로 초청해 양국 간 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행사에는 SK네트웍스와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이스그룹 김성집 회장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이후 미국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에서도 에릭 트럼프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에릭 트럼프는 방한 기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골프장 개발 후보지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가족이 코리아알루미늄의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이스그룹도 미국 무역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골프장 사업과 무역 분쟁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앨런 가튼 트럼프그룹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이번 거래는 정상적인 사업 판단에 따른 것으로 무역 분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무역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 국민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에도 해외 기업들과 약 30건의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대통령 개인의 해외 사업과 행정부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주회사가 지난해 해외 기업들로부터 직접 받은 수입이 최소 1억2500만 달러에 달하며, 한국 외에도 영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국가의 기업들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난해 가상화폐 사업으로 벌어들인 약 14억 달러와 비교하면 규모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직 정부 관계자들은 NYT에 “현직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과 이처럼 광범위한 금전적 이해관계를 유지한 사례는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해충돌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