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 한인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안타까운 문제는 높은 자살 수치다. 자살은 단순히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는다. 우울증, 조울증, 트라우마(PTSD), 정신질환, 약물 문제,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질병, 관계 갈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특히 한인사회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문화적 인식’이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 체면과 수치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습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정신건강 문제를 더욱 깊게 만들 수 있다.
정신건강상담사(LCSW)로서 한인 내담자들을 만날 때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다. 내담자 60~70%가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에서 가족과 충분한 ‘정서적 소통’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에서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수직적인 경우가 많고,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눈치와 짐작을 통한 암묵적인 소통이 익숙한 경우가 많다. 또한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도 흔하다.
이러한 소통 방식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공감받는 경험이 부족해질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움과 감정을 작게 여기거나 억누르고,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상담과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한인 내담자는 증상이 이미 심각해진 이후인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충동, 심지어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에 도움을 받을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 관심이 높아졌고, 도움받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건강을 돌보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몸이 아플 때 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것처럼 마음과 뇌 역시 적절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하다. 근육이 긴장하거나 손상됐을 때 마사지와 물리치료를 통해 회복하듯, 우리의 정신건강도 관심과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어려움이 극심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예방적인 차원에서 도움을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은 전문성을 갖춘 정신건강상담사와 정신과 의료진이 한인사회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있다. 심리상담 및 정신건강 부서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는 개인 심리상담, 약물치료, 약물 남용 치료 등이 있으며, 주치의를 통한 리퍼럴(의뢰)을 받아 정신건강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서비스는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제공되며, 현재 이용 대상 연령은 18세 이상이다.
마음의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도움을 요청하는 작은 용기가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삶과 현실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동행할 수 있는 정신건강상담사와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회복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