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27년도에 북극 정책의 기본 원칙을 개정한다고 한다. 2015년 수립한 북극 정책을 처음 개정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일본 정부의 ‘해양정책본부’를 이끄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은 북극 개발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자원 개발 및 항로 개척 등의 분야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내용의 핵심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새로운 북극 쇄빙 연구선인 ‘미라이 2호’의 활용 방안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JAMSTEC은 필자가 일본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던 일본 해양 연구의 중심으로, 해양환경뿐만 아니라 해양과 연관된 육상 생태도 연구한다.
미라이 2호는 2027년 첫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최초의 쇄빙 기능 탑재 북극 연구선인 이 선박에는 해빙의 형태와 두께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중 드론과 대기 상태를 관측할 수 있는 기구 등이 장착되어 있다. 이 선박을 통해 얼음 상태에 대한 정밀 조사와 기상 관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항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부는 이 선박을 해외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 거점으로 삼아 국제적인 연구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해양 정책의 또 다른 분야는 일본 열도 최동단인 미나미토리시마(Minami-Torishima) 섬 인근 해저의 희토류 개발이다. 이는 중국과의 마찰로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해저에서 희토류 물질 채집 활동을 시작했다. 그 해저 시료의 생산성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 중이다.
필자가 일본 유학 당시에도 일본 학계는 희토류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해수 중의 희토류 농도를 분석함으로써 희토류의 기원이 어딘지를 파악하고, 얼마나 많은 희토류 성분이 해양에 녹아 있는지를 40년 이상 연구해 왔다. 이것은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의 산물일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조건 중 하나가 기초연구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느냐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재단을 통해 알래스카 주립대의 북극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선행 연구의 결과를 기초로, 앵커리지에 있는 일본 영사관은 매년 연말 알래스카에 대한 산업 및 연구 성과 회의를 미국과 함께 주관하고 있다. 필자도 이를 통해 일본이 북극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일본의 민간단체, 연구기관, 산업체 및 정부기관이 북극이라는 정점을 향하여 충실히 노력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한국도 북극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 9월 부산과 포항을 기점으로 하는 북극항로 수출 선박들이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극 항로는 한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현지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의 북극 연구 정책에 대한 기본 방향이 분명치 않다. 그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마도 한국 내 북극 연구 전문가가 부족함에도 외국 전문가를 초빙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처럼 천연가스가 생산되지 않는 국가다. 일본의 북극 정책 개혁 속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 천연가스 개발이다. 일본 정부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민간 기업과 함께 사할린 지역과 북극해에 인접한 야말 (Yamal) 지역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이 지역 천연가스 개발에 일본 기업이나 민간단체가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본의 경제 전략 및 전술이다.
한국도 소부장의 위기 속에 극한 환경을 극복했듯이, 러시아 및 알래스카에서의 투자 및 공동 개발도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