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망 여고생 몰랐다더니…휴대폰서 나온 ‘끔찍 흔적’
중앙일보
2026.07.14 21:09
2026.07.14 22:58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살인 범행 전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15일 브리핑을 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범행 훨씬 이전부터 피해자인 고(故) 이채원(16)양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할 정황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장윤기가 검거 당시 소지 중이던 휴대전화(공기계)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피해자는 장윤기를 알지 못했지만 장윤기가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노린 흔적으로 볼만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 중인 사항이고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정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살인 사건을 담당한 광산경찰서 수사팀도 초기 인지했지만 수사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특별수사단이 수사하고 있다.
15일 광주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불거진 증거인멸·유착 등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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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수사팀장, ‘강간살인’ 정황 묵살 지시…‘케이블타이 영상’ 삭제 명령도
또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한 경찰 수사의 주요 과정마다 담당 수사팀장의 ‘묵살’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1차 지휘를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강력팀장)이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팀원들에게 지시해 조사 범위를 제한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또 성적인 범행 목적을 검토해야 한다는 과학수사 분야 면담 보고서를 받고도 수사 기록에서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윤기가 피해자를 제압할 때 차 뒷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보고서 또한 ‘불분명하다’라는 내용으로 재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살해 전 장윤기가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저지른 스토킹 범죄 수사보고서에서도 특정 내용을 빼도록 했으며 다른 분석 보고서를 첨부할 때도 ‘성적 목적’은 배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특별수사단은 전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케이블타이, 리얼돌 등 주요 증거를 인멸하게 된 배경에도 A 경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블타이 등 실물 확보 없이 차량과 자취방 등을 사건 하루 또는 사흘 만에 가족에게 인계하도록 했다.
이른바 ‘봐주기 수사’ 의혹에 따른 파문이 확산하던 지난 2일 A 경감은 수사보고서 등 누락된 자료를 검찰에 추가로 송치하라는 상부 지시도 따르지 않았다. 같은 날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현장 감식 영상을 삭제하라는 명령까지 팀원에게 내렸다.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도록 깊이 관여한 A 경감에 대해 증거인멸, 직무유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검찰에 넘겼다.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산경찰서장, 형사과장 등 A 경감의 직속상관들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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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아버지와 근무 함께한 팀원도 입건…수사 정보 알려준 혐의
또 A 경감이 지휘한 강력팀에 소속된 B 경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B 경사는 장윤기 아버지에게 압수수색·구속 계획 등 수사 정보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근무했던 전력이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이번 사건의 부실 수사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 또는 외부의 청탁이 있었는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장윤기는 지난 5월14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일면식 없는 이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일반 살인 혐의 적용과 증거 확보 과정 등을 둘러싸고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확대됐다.
장구슬([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