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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건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대외정책 기조 이어진다

Los Angeles

2026.07.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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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정책 변화는 일시적 현상 아냐
안보 부담 피로감·국내 경제가 바꿔
동맹 압박 이어지고 보호무역 지속
(왼쪽 두 번째부터)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페니 프리츠커 전 상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17일 애스펀 안보포럼 개막 세션에 참여한 가운데 에스퍼 전 장관이 발언 중이다. 김경준 기자

(왼쪽 두 번째부터)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페니 프리츠커 전 상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17일 애스펀 안보포럼 개막 세션에 참여한 가운데 에스퍼 전 장관이 발언 중이다. 김경준 기자

미국의 동맹 압박과 보호무역, 대중국 견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돌발적 노선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변화인 만큼,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어도 과거의 대외정책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14일 애스펀 안보포럼 개막 세션에 참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페니 프리츠커 전 상무장관은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1기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2기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고 현재는 포럼을 주최한 애스펀전략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금의 변화가 혁명인지 진화인지 묻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혁명이란 필요한 진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라이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진행돼 온 변화의 표현이지 원인이 아냐”라며 “그를 원인으로 생각한다면 2년이나 4년 뒤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떠받치는 동력 가운데 하나로는 미국 사회에 쌓인 ‘안보 부담 피로감’이 꼽혔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예로 들며 “유럽 동맹국 대부분이 약속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행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대 대통령들이 유럽과 다른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해 왔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4년 NATO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하며 ‘무임승차’를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미국은 막대한 부채와 학자금 대출, 생활비 문제를 안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국내 복지를 확대하는 동안 미국이 세계 안보를 계속 보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충분하다’는 국민 정서를 정확히 포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미국의 국내 경제 문제도 외교정책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프리츠커 전 장관은 “사람들이 주거비와 교통비, 육아비, 식료품비,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봉이 10만 달러여도 생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국내 현안이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여론이 커질수록 해외 동맹과 국제질서 유지에 대한 미국 사회의 지지는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스펀 안보포럼 참석자들이 개막 세션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애스펀 안보포럼 참석자들이 개막 세션을 경청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미국 외교정책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중국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중국은 군사적 경쟁국인 동시에 기술 강국이며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국가안보와 국제경제를 서로 다른 문제로 생각할 수 있었다”며 “소련은 주요 군사 강국이었지만 경제와 기술에서는 뒤처졌고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중국은 안보 위협인 동시에 기술적 경쟁자이며 세계 경제에 깊이 통합돼 있다”며 “이 세 가지 흐름이 한꺼번에 합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완전한 경제적 단절, 이른바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국이며 양국 사이에는 교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완전한 디커플링을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전략적인 분야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국이 구축해 온 글로벌 동맹체제가 핵심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동맹국들은 동맹을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의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군사적 부담을 떠안는 사이 동맹국들은 자국의 사회복지와 인프라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는 미국인들의 불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 없이 우리끼리 하겠다는 말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런 말을 반복하다 보면 정작 피해야 할 상황을 스스로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정치권에는 민주·공화 양당을 막론하고 미국이 세계에서 물러나는 것을 반길 세력이 있다”며 “동맹국들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애스펀=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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