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렛 퍼터가 아닌 블레이드 퍼터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김주형. [사진 현대차]
요즘 프로 골프 투어엔 말렛(Mallet·반달형) 퍼터가 대세다. 세계랭킹 상위 50위 중 62%가, 퍼팅 타수 이득 상위 50위 중 70%가 말렛 퍼터를 쓴다.
김주형은 지난 13일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블레이드 퍼터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그린 위에서만 출전 선수 평균보다 2.328타를 벌었다. 이전 그의 PGA 투어 우승 3승은 모두 블레이드 퍼터로 이뤄냈다. 이후 말렛과 블레이드를 오갔는데, 다시 블레이드로 돌아오자 우승이 따라왔다. 올 시즌 PGA 투어에서 블레이드 퍼터로 우승한 선수는 맷 피츠패트릭과 김주형, 두 명뿐이다.
퍼팅은 감각의 예술이다. 퍼트 예술가 타이거 우즈의 붓은 뉴포트 2 블레이드 퍼터였다. 우즈의 메이저 15승 중 14승을 이 퍼터와 함께했다. 최신 퍼터보다 헤드 무게가 20g가량 가벼워, 임팩트 순간 페이스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헤드가 쉽게 비틀린다. 그만큼 극도로 예민한 설계다. 그러나 이 예민함은 역설적으로 그린의 잔디 결, 미세한 경사, 볼의 구름 속도를 골퍼의 손끝에 가장 정밀하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우즈는 이 퍼터를 “내 손과 몸의 연장선”이라 했다.
이 퍼터는 헤드 곳곳이 찍히고 긁혔다. 제작자 스코티 카메론이 복원을 제안했지만 우즈는 거절했다. 미세하게나마 헤드를 깎고 다듬으면 미세한 타구감과 손끝의 감각적 밸런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언에 비유하면, 말렛은 페이스 뒷면이 파여 있어 미스샷을 보완해 주는 ‘캐비티백’에 가깝다. 반면 블레이드는 다루기 까다롭지만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한 ‘머슬백’ 구조다. 투어 내 말렛 퍼터의 급증은 심리적 압박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많은 선수가 실수를 줄여주는 장비의 관용성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로리 매킬로이는 오래전 말렛으로 넘어갔고,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마저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시리즈로 갈아타며 효과를 봤다.
김주형이 백에 다시 넣은 무기는 우즈의 상징과 같은 스코티 카메론 뉴포트 2 GSS 투어 프로토타입이다. 김주형 역시 수치적 관용성보다 손끝에 느껴지는 직관적 피드백을 중시하는 몇 안 되는 전통적 감각파 선수다.
데이터와 기술이 지배하는 관용성의 시대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손해를 감수하고 예민한 블레이드를 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때로 기계적 통계를 뛰어넘는 결정적인 클러치 퍼트와 우승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진다. 김주형의 퍼팅에서 우즈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