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수 남서부 끝자락에 들어선 시카고는 지리적인 장점을 통해 예전부터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시카고가 토착 원주민이 아닌 유럽 이민자들에게 알려진 계기도 미시간 호수와 미시시피강의 연결성을 확인하려고 했었던 탐험대의 노력 때문이었다. 이후로는 서부 개척의 출발지로, 대륙 횡단 철도의 허브로 시카고는 입지를 굳혔다.
이런 특성은 현재도 이어져 항공 교통의 중심부로 국제선과 국내선의 연결이 매우 활발한 곳이 시카고다.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물자 이동도 시카고를 지나가는 것이 당연시됐다. 물류의 중심부가 된 것이다. 지금도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대륙 횡단 화물 열차는 시카고를 대부분 거쳐가곤 한다. 일부는 남부와 동북부를 향하기도 하지만 대륙 화물이 시카고를 피해서 가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아울러 물자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의 경우도 해외에서 선박으로 L.A. 나 뉴욕 지역의 해안가 항구에 내려진 뒤 화물 열차를 이용해 국내 주요 도시로 이동한 뒤 화물 트럭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시카고를 지나가는 경우가 전체 물동량의 5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시카고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물자 운송의 중심지인 셈이다.
최근 일리노이와 인디애나주 접경 도시인 포티지시에 인디애나-번스 하버 항구(Port of Indiana-Burns Harbor)가 새로운 시설을 완공했다. 이전에도 항구는 존재했지만 물자 하역에 필요한 첨단 시설을 보완한 것이다. 인디애나 듄스 국립공원 인근의 이 항구를 통해서 화물 컨테이너선의 출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관련 시설이 추가됐다. 이를 위해 기존 항구 시설에 1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시범 운행을 할 예정인 이 항구는 중서부 최초로 해상을 이용한 컨테이너선을 통한 수출입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규격화된 컨테이너선을 싣고 내리는 시설이 필수다. 전세계 교역의 60%를 차지하는 해상 무역의 경우 길이 20피트, 넓이 8피트, 높이 9피트 크기의 컨테이너선이 사용된다. 이보다 크거나 작으면 하역이나 선적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규격이다. 이 규격화된 컨테이너선을 인디애나-번스 하버 항구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시카고 지역에서 수출입시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루트가 개척된 것이다. 호변에서 출항한 컨테이너선이 미시간 호수와 오대호를 통해 대양으로 나가면서 유럽 등으로의 해외 무역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시카고 지역에서 수출입을 하려면 화물 항공기를 이용하거나 동부와 서부항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열차나 트럭으로 수송해야만 했다. 하지만 항공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운송비가 가장 비싸기 때문에 컴퓨터 부품이나 스마트폰과 같이 중량과 부피가 적은 고가의 물자 운송에만 주로 적용된다.
항구에서의 열차, 트럭 운송도 미시간호수 항구까지 컨테이너선이 들어올 경우와 비교하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카고 인근 지역에 해상 운송에 쓰이는 컨테이너선 하역 능력을 갖춘 항구가 들어서게 되면 수출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곧 수입 비용 하락과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가장 큰 L.A. 항구의 경우 매년 10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고 시카고에는 화물 열차로 연간 1600만개의 컨테이너가 오가고 있다.
한 시간에 15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인디애나-번스 하버 항구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은 미시간호수 북쪽으로 항해한 뒤 매키나 섬을 지나 휴런호에 진입한다. 이후 휴런호 남쪽의 디트로이트로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통해 들어간 뒤 이리호로 이동한다. 이리호는 온타리오호와 나이아가라 폭포로 연결되지만 배는 이 곳을 지날 수 없기에 폭포 서쪽에 뚫려 있는 웰앤드 운하로 우회하게 된다. 이후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거치면 세인트 로렌스강인데 이 강을 계속 따라가면 결국 대서양과 만나게 된다. 이 루트를 통하면 시카고 지역에서 유럽까지 컨테이너선으로 물자를 수송하는데 16일 정도면 가능하다. 기존 루트로는 26일 정도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시카고의 경쟁력 중 하나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이고 이는 곧 유통과 물자 운송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예전에는 몽고메리 워드, 시어스 백화점이 이러한 지리적인 이점을 십분 활용해 시카고의 유통과 물류 산업을 이끌었었다. 지금도 오헤어공항을 통해 수많은 화물 항공기가 드나들고 있고 시카고 서부의 광활한 철길 위에 놓인 화물 열차를 보면서 물자 이동에 있어 시카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만약 계획대로 인디애나-번스 하버 항구가 해상 수출입의 출발점과 도착점으로 부상한다면 이는 시카고 지역 경제에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근 시카고 개리 공항의 화물 운송 기능과 더해지면 동반 상승 효과도 기대할 만 하다. 이 항구가 들어선 곳은 포티지시다. 포티지(Portage)라는 뜻은 두 수로 사이를 육로로 이동하면서 배나 물자를 옮기는 행위나 그 이동 경로를 말한다. 이 도시의 이름처럼 항구를 통해 물자 운송 허브로 우뚝 설 경우 지역 경제에도 큰 부스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