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값싼 드론 한 대가 고가의 전차를 무력화하는 시대를 열었고, 최근의 중동 전쟁 역시 드론과 미사일,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체계가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각국이 드론 전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 역시 드론작전사령부를 국방드론본부로 개편하며 미래 전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무기 하나가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기대는 위험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 양상을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 현실을 간과한 접근이다. 전쟁의 승패는 무기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토의 지리적 여건과 적의 위협, 지휘체계, 그리고 동맹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크라이나는 광활한 국토에서 장기 소모전이 진행되고 있다. 드론은 적 전차와 포병을 탐지하고 정밀 타격하며 전황을 바꾸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도 중국군의 상륙 가능성에 대비해 드론과 무인체계 전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전혀 다른 전장이다.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대규모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전진 배치하고 있으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드론 운용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사시 밀집된 수도권은 개전과 동시에 대규모 포격과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크라이나처럼 장기간 이어지는 소모전이 아니라 개전 초기의 대응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 드론만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드론은 미래전의 핵심 전력임이 분명하다. 정찰과 감시, 표적 획득, 정밀 타격 등에서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드론은 이미 발사된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막아내는 방패가 아니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도 아니다. 첨단 무기는 안보를 보완하는 수단일 뿐, 국가안보의 중심축이 될 수는 없다.
한국 안보의 중심은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지난 70여 년 동안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루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다. 한미동맹은 군사협력을 넘어 한국의 자유와 번영을 가능하게 한 전략적 토대였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본질은 전쟁 수행이 아니라 전쟁 억제에 있다. 한미연합방위 태세는 미국의 전략자산과 공군력, 해군력, 정보·감시·정찰 능력, 미사일 방어체계, 연합지휘체계가 결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억제체제다. 도발했다간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힘이 바로 억제력이다. 지난 70여 년 동안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재발하지 않은 배경에도 이러한 억제력이 자리하고 있다.
강한 군사력은 전쟁을 위한 힘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힘이다. 억제력이 약해질수록 도발의 유혹은 커지고, 억제력이 강할수록 평화는 더욱 공고해진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정책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역사적 약속이기도 하다.
물론 드론과 인공지능, 무인체계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첨단 무기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억제하는 한미동맹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북한이 전쟁이라는 선택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것,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확실한 안보의 해답이다. 한반도 평화의 답은 오늘도, 앞으로도 굳건한 한미동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