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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늘 “노 프라블럼”

중앙일보

2026.07.16 08:01 2026.07.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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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내의 혼잘다(혼자 잘 다녀오겠습니다) ① 인도 여행
인도 중부 도시 오르차의 바오바브나무. 소원을 이루어 주는 신성한 나무라는 뜻의 ‘칼파브릭샤’로 불린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인도 중부 도시 오르차의 바오바브나무. 소원을 이루어 주는 신성한 나무라는 뜻의 ‘칼파브릭샤’로 불린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왜 왔지’ 싶어지는 나라.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리운 나라. 나에게 인도는 이런 나라다. 세상에 단점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을까.

인도는 조용할 틈이 없다. 릭샤(Rickshaw·인력거) 경적은 귀를 찢고, 여행자를 보는 시선은 따갑다. 음식물 쓰레기와 소똥이 뒤섞인 길거리에선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고, 장사꾼의 호객 행위는 한낮의 열기처럼 달라붙는다.

2014년 4월, 무덥게 찌던 날씨 속 첫 인도 여행. 스무 살 나는 길을 걸을 때도, 사람을 볼 때도 긴장했다. 모두가 적처럼 보였다. 어린 나는 겁이 많았다. 오죽했으면 길을 걸을 때 한 손에 과도를 쥐고 다녔을까. 숙소에서도 베개 아래에 칼을 숨겨둔 채 잠이 들었다. 내게 웃는 사람들은 죄다 의심하고 봤다.

그땐 몰랐다. 이 무서운 나라 인도에 다섯 번이나 가게 될 줄은. 인도에 머문 기간을 다 합치면 1년이 다 된다. 또 이 땅을 밟고야 말았다.

베개 밑에 칼…인도의 첫인상
인도에서 기차가 정차할 때는 창밖으로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이 모여든다. 상인들이 기차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거스름돈을 안 주니 잔돈을 미리 챙겨야 한다.

인도에서 기차가 정차할 때는 창밖으로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이 모여든다. 상인들이 기차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거스름돈을 안 주니 잔돈을 미리 챙겨야 한다.

배낭여행자에게 인도 여행의 팔할은 기차 여행이다. 그러나 인도 기차는 무법지대다. 나처럼 가난한 여행자가 타는 SL클래스는 ‘설국열차 꼬리 칸’처럼 더럽고 어둡다. 한 번도 청소되지 않은 것 같은 화장실은 변기 밑이 훤히 뚫린 것이 다행일 지경이고, 선풍기 위에 가득 쌓인 먼지 때문에 숨만 쉬어도 코 밑이 까매진다.

기차가 잠시 멈춰 선 사이, 무임승차한 인도인들이 내가 누운 자리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다리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밀어내도 소용없었다. 그들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No problem(문제없어).”

맨 처음 기차를 탔을 때는 몰랐다. 인도 기차에선 ‘자리’보다 ‘기세’가 먼저라는 걸. 기세에 눌린 나는 결국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들의 농담과 시선을 잔뜩 씹어 먹다가 나는 잔뜩 웅크린 채로 겨우 잠들곤 했다. 그런데 ‘No problem’은 내가 해야 할 말 아닌가?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가려면 보통 10시간 이상 걸린다. 침대칸을 타야 쪽잠이라도 잘 수 있는데 무임승차한 인도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자리를 뺏기도 한다.

인도에서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가려면 보통 10시간 이상 걸린다. 침대칸을 타야 쪽잠이라도 잘 수 있는데 무임승차한 인도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자리를 뺏기도 한다.

2018년 세 번째 인도 여행. 인도의 작은 도시 오르차(Orchha)로 가는 길이었다. 이 도시에 가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오바브나무. 도시를 잡아먹을 것처럼 커다란 나무를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주머니 사정은 여전해서, 또다시 SL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인도인이 내 곁으로 모였다. 나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4년 전이었으면 열과 성을 다해 자리를 지켜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그러려니’ 하는 편이 훨씬 속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름날 기차 열기가 만들어 낸 화장실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볼일을 참고 참다가 기저귀까지 찬 나였지만, 결국 나는 환경에 나를 맞췄다. 인도에서는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는다. 인도를 여행하려면 인도인의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낯선 도시 오르차에서 내리기 전, 나는 숨을 참고 중얼거렸다. “자, 이제부터 모든 건 ‘No problem’이야.”

간장으로 카레 왕국서 살아남기
오르차에 도착했다. 오르차는 아주 작은 도시였다. 도시에 머무는 며칠간 단 한 명의 여행자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바오바브나무를 찾아 나서기 전, 허기를 달래는 게 먼저였다.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테이블에 놓인 건 ‘먹으면 곧장 배탈 날 것 같은 물’뿐이었다.

나는 계란프라이와 밥을 주문했다. 인도 음식이 지겨워서웠다. 생선을 시켜도 카레, 닭을 시켜도 카레, 야채를 시켜도 카레. 카레 왕국에서 살아남는 나만의 요령이 있다. 나는 배낭에 늘 간장을 넣고 다닌다. 이날도 나는 간장을 꺼내 간장계란밥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다.

음식은 주문한 지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참다못해 주방으로 갔다. “내 음식을 줘!” 주방장은 씩씩거리는 나를 느긋하게 바라봤다. 요리는 아예 시작도 안 했다.

오르차의 식당에서 계란프라이를 주문했더니 나온 음식. 맛은 훌륭했다.

오르차의 식당에서 계란프라이를 주문했더니 나온 음식. 맛은 훌륭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식탁에 놓인 접시를 보고 나는 절망했다. 계란프라이는 없고,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 튀겨 놨다. 사진을 보여주며 항의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No problem! Taste is good!(문제없어. 음식은 맛있어!)”

이튿날 그 식당을 다시 갔다(이곳 말고는 식당이라 불릴만한 곳이 없었다). 이날은 치킨커리에서 손톱만 한 벌레가 나왔다. 주방장에게 따지자 그는 맨손으로 벌레를 툭 덜어냈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했다. “OK. Now, no problem.” 그래, 먹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오르차의 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 학생들 나이가 천차만별이다.

오르차의 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 학생들 나이가 천차만별이다.

인도 여행자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도에서 2주일을 못 버티면 인도를 싫어하게 되고, 2주일을 넘기면 평생 인도를 사랑하게 된다고. 이제 나는 그 말을 이해한다.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 인도 여행이 시작된다.

☞인도 기차여행 생존 Tip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인도 기차의 침대석은 SL, 3A, 2A, 1A 4개 등급으로 나뉜다. SL이 가장 싸고, 1A가 제일 비싸다. 3A부터 침대 시트가 제공된다. 인도 기차는 지연 확률이 99%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일정을 최대한 넉넉히 잡아야 하는 이유다. 소액 지폐는 인도 여행의 필수품이다. 기차에서 음식을 팔지만, 거스름돈을 잘 안 준다. 배낭은 자전거 자물쇠로 배낭을 잠가야 안전하다. 기차표는 IRCTC 앱으로 예약한다.

배낭여행자 안시내=스무 살, 아르바이트로 모은 350만원을 들고 처음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141일간 세계를 떠돌고 돌아온 뒤, 여행하며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 이후 10년 넘게 배낭 하나 메고 인도·아프리카·동남아 등을 여행하며 낯선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왔다.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여행이라는 일』 등 책 8권을 냈다.

글·사진=안시내 배낭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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